영국 27만 군인 급여 시스템 해킹... "중국 배후"
독일 검찰, '중국 스파이 의혹' 의원실 압수수색
폴란드 정부 각료 회의실선 도청 장비도 발견
내달 유럽의회 선거... 정치적 안정 훼손 목적?
유럽에서 중국·러시아발(發) 해킹 또는 스파이 활동에 따른 ‘안보 위협’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배후로 의심되는 영국군 급여 시스템 해킹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독일과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간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영국 보수당 정권,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연합(EU)의 정치적 안정을 흔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중국 언급 없이 "국가 개입 배제 못 해"
7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BBC방송에 따르면 그랜트 샙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국방부 계약 업체가 위탁 운영하는 군인 급여 시스템의 데이터 유출 문제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샙스 장관은 전현직 군인 27만 명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악의적 세력의 (해킹) 행위라는 징후가 있고, 국가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해킹된 급여 시스템은 영국 육·해·공군 군인의 이름과 은행 정보, 주소 등 개인 정보를 담고 있다. 당국 및 업체의 예방 조치로 직접적 피해는 없었지만, 전현직 정부 관리들은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해커들의 소행 가능성을 의심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영국 정치인들의 발언은 터무니없다. 중국은 모든 사이버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날로 격화하는 첩보전에 바짝 긴장하는 유럽 국가는 영국만이 아니다. EU 회원국인 독일, 폴란드에서도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간첩 사건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7일 “독일 검찰이 간첩 수사의 일환으로 독일의 극우 성향 유럽의회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압수수색 장소는 ‘독일을위한대안(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벨기에 브뤼셀 소재 사무실로, 지난달 22일 체포된 크라 의원 보좌관 지안 궈의 중국 연계 스파이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폴란드, '벨라루스 연계' 판사 간첩 혐의 수사도
지금은 참고인 신분인 크라 의원의 피의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검찰은 이미 그가 러시아나 중국에서 뇌물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벨기에 검찰도 유럽의회 진입을 노리는 친(親)러시아 성향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이다.
폴란드에서는 정부 각료들에 대한 불법 감청 시도 흔적마저 포착됐다. 이날 오전 수도 바르샤바의 각료 회의실에서 수사 당국이 도청 장비를 발견, 이를 제거한 것이다. BBC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의 중심지가 된 폴란드에서 스파이 활동이 증가해 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폴란드는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에 망명을 요청한 토마시 슈미트 판사의 간첩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슈미트 판사는 극우 정당인 옛 법과정의당(PiS) 정권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재집권에 성공한 중도좌파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벨라루스와 슈미트 판사의 관계는 오래전 시작됐다. 벨라루스가 어느 정보기관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기밀 정보에 접근했던 인물과 협력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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