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서버용 AI 칩 개발 프로젝트 가동"
WSJ 보도... 자체 칩 개발 경쟁 격화할 듯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실행할 칩을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6일(현지 시간) 전해졌다. 아이폰 등에서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AI 칩(지능형 반도체)이 수만 대 들어간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받쳐줘야 하는데, 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쓰이는 AI 칩을 엔비디아 등 다른 업체에서 비싼 값에 사들이지 않고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자체 칩 개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전 세계적인 AI 반도체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칩 설계 경험을 갖고 있는 애플까지 가세함에 따라 이미 치열한 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 칩 품귀에... 애플도 "직접 만들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수년째 데이터센터용 AI 칩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애플 내부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ACDC'로 부른다고 한다. 애플이 설계한 칩을 독점 생산 중인 대만 TSMC가 AI 칩 생산도 협력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새로운 칩의 공개 여부나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WSJ는 전했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 등에 AI 구동 성능이 강화된 자체 칩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ACDC를 통해 개발 중인 AI 칩은 이와는 다른 데이터센터용이다. 현재로서는 번역 같은 단순 AI 기능은 폰에 내장된 칩을 바탕으로 실행할 수 있으나,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검색이나 동영상 생성 같은 복잡한 작업은 클라우드(가상서버)에서 빠르게 처리한 뒤 기기로 보내줘야 한다. 업계 최초의 AI 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갤럭시S24 역시 기기 내장형 AI와 클라우드 AI를 혼용하고 있다. 애플은 그간 데이터센터용 칩은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아 왔는데, 생성형 AI 구동을 위해 더 강력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지면서 직접 개발에도 손을 뻗친 것으로 풀이된다.
"AI 경쟁 뒤처진 애플, 칩 내재화로 차별화"
애플이 AI 칩을 직접 개발하려는 것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AI 칩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모두가 엔비디아 한 업체만 쫓는 상황이라 개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고 주문을 해도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거의 모두가 서버용 AI 칩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LLM 구동에 최적화한 서버용 AI 칩 '아테나'를 공개했고, 오픈AI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AI 칩 생산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AI 자체 칩 개발이 AI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AI 칩 내재화에 성공하면 AI 개발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칩 수급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만큼 개발 속도도 앞당길 수 있다.
애플은 2010년부터 아이폰, 맥 컴퓨터 등에 쓰이는 칩을 자체 설계해 오고 있어 서버용 AI 칩 개발이 무모한 도전도 아니다. WSJ는 "애플은 맞춤형 칩 설계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오랜 역사와 큰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며 "애플의 칩 역량은 AI 분야에서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7일 신형 아이패드를 공개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여기에 애플이 AI 구동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신형 칩 M4를 처음으로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다음 달 세계개발자대회에서 새로운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대거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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