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음악축제서 잇달아 공연...국내 음악가 최초
지난해부터 월드투어, 북미서만 7만 명 가까이 동원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한 에너지 나누는 게 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한국 록 밴드가 있다. 유명 K팝 그룹은 돼야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미국 유명 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과 롤라팔루자 무대에도 섰다. ‘K록의 방탄소년단’이라 할 수 있는 밴드 '더 로즈'다.
더 로즈는 지난달 12~14일과 19~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화려한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초부터 롤라팔루자 미국 시카고,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스웨덴, 인도 등의 무대에 선 데 이어 코첼라까지 섭렵하며 K록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두 무대에 오른 국내 음악가는 이들이 유일하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더 로즈의 리더 김우성(메인 보컬, 기타)은 “코첼라 공연을 마치고 나니 7년간 걸어온 이 길이 헛되지 않고 보람차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홍대서 첫 공연 때 관객 20명", 지금은 전 세계 팬들의 사랑받는 '월드스타'
더 로즈는 K팝 시스템이 뜻하지 않게 배출한 록스타다. 2011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김우성을 비롯해 네 멤버 모두 서로 다른 K팝 기획사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4명 모두 가창력, 외모, 악기 연주 실력, 작곡·편곡 능력을 고루 갖췄다. 코첼라 공연에선 “처음 홍대 인근에서 공연할 땐 관객이 20명 정도였고 그나마도 절반이 친구들이었다”고 데뷔 때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재형(베이스 기타)은 “K팝이 우리의 음악을 전 세계에 들려줄 수 있는 창구를 개척해 줬기에 좀 더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국 밴드인 더 1975와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브릿팝 스타일의 록에 한국적 정서와 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더 로즈의 무대 열기는 여느 K팝 그룹 못지않게 뜨거웠다. 코첼라에서 11곡을 연주하는 동안 관객들은 두 손 들어 환호하고 뛰면서 함께 노래했다.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가시의 날카로움처럼 인생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짧은 인생에서 그 양면성의 조화를 맞춰 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김우성)라는 더 로즈의 음악은 때론 감성적인 선율로 위로하고 때론 폭발적인 힘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듀얼’을 관통하는 모티브다. 이 앨범은 지난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83위에 올랐다. 국내 록 밴드 가운데선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무명 때는 '이런 음악 안 된다'는 말 들었지만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더 로즈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를 돌며 세계 팬들과 만났다. 북미 지역에서만 6만6,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 해외 팬이 급격하게 늘며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밴드’가 됐지만 여전히 그들은 “한국이 우리 활동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형은 “한국에서 인기가 덜한 부분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음악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다 보면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언젠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로즈는 올여름과 겨울에 신곡을 내놓는다. 내년 초 세 번째 앨범 발표도 계획 중이다. “무명 시절 관객 20명 앞에서 처음 연주할 때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이런 음악은 안 된다’ ‘바꿔야 한다’고 말한 분들도 많았죠. 우리 넷만 뭉쳐 있다면 세계에서 활약하는 밴드가 될 거라는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이재형). “더 많은 사람들과 우리 음악을 공유하며 행복한 에너지를 나누는 게 우리의 궁극적 꿈입니다.”(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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