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
올해 초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새로운 미션이다. 협회는 "대한민국 축구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원적으로 고민한 결과 '국민' '축구' '행복'을 키워드로 삼아" 이 같은 미션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4개월을 돌아보면 협회의 중심엔 '국민' 대신 '정몽규 회장'이, 축구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 대신 분통 터지고 속상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
64년 만의 우승을 자신했던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좌절과 40년 만에 무산된 올림픽 본선 진출이 대표적이다. 작년 2월 무전술, 재택근무 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깜깜이 과정을 거쳐 위르겐 클린스만 전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한 나비효과가 가져온 재앙적 결과물이다. 덕분에 '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축구 때문에 망연자실해진 대한민국'이 됐다.
문제는 나비효과의 끝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 축구는 내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싱가포르, 중국)을 앞두고 있다. 이미 최종예선 진출은 사실상 확정됐지만, 최종예선에서 누구와 대결할지가 남은 2연전에 달려 있다. 여기서 고전하면 최종예선에서 2포트로 밀려나 일본이나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한 조로 묶여 여러모로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새로 선임될 A대표팀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협회는 여전히 역량, 명분, 경력 등 기본적인 요건들만 제시할 뿐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기술철학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축구를 원하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을 임명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2월 말에 협회의 기술철학 연구 결과물을 전력강화위원들과 공유했다던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조차 지난달 브리핑에서 협회 기술철학을 묻는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감독들이 갖고 있는 축구 철학에 대한 (것들을 파악하고) 한국적인 분위기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지를 파악해서 적합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협회는 적어도 신임 A대표팀 감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라도 우리는 어떤 철학을 내세웠고, 그가 가진 철학은 무엇이며 어떤 면에서 한국 대표팀을 잘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해 낱낱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수는 반복될 것이고, 작년 1월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이 경우 '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 또한 허상에 불과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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