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중국 수교 때 외교장관 머넬레 당선
'노골적 친중' 노선 여당, 또다시 집권 연장
'군 주둔 협약' 중국, 역내 영향력 확대 관측
호주로부터 북동쪽으로 2,000㎞ 떨어진 남태평양 도서국 솔로몬제도에서 또다시 '친중(親中)' 성향의 총리가 선출됐다. 솔로몬제도는 인구 70만 명의 작은 도서국이지만, 지정학적 위치 탓에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나라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솔로몬제도 의회에서 실시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 여당의 제러마이아 머넬레 후보가 31표를 얻어 야권 연합 매슈 웨일(18표) 후보를 꺾고 차기 총리에 당선됐다.
솔로몬제도 집권 여당인 우리당(Our Party)은 지난달 총선에서 전체 50석 중 1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2000년 이후 네 차례나 총리를 지냈던 머내시 소가바레 현 총리가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뒤 무소속과 군소정당을 설득,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당의 집권 연장은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더욱 단단히 구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요 국제 항로들이 걸쳐 있는 솔로몬제도는 과거 냉전 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봉쇄 정책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은 수년간 이곳에서 군사·경제적 영향력 증대를 꾀해왔다.
소가바레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9년 솔로몬제도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등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다. 머넬레 신임 총리가 당시 외교장관이었다. 특히 2022년에는 유사시 함대 등 중국군 주둔을 허용하는 안보 협정을 맺어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오커스(AUKUS)'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남태평양은 이전까지 미국과 호주 등 영연방의 전통적 '앞마당'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솔로몬제도 역시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형식상 국가 원수로 둔 영연방 소속이다.
다만 새 총리가 이전처럼 극단적인 친중 노선을 걷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중 일변도였던 소가바레 총리에 대한 반감과 견제 여론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확보 실패로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영국 BBC방송은 "선거 결과는 솔로몬제도가 베이징의 긴밀한 동맹국으로 남을 것임을 시사한다"면서도 "그러나 차기 총리가 비교적 외교적 소통을 하는 인물로 여겨지는 만큼, 호주 등 전통적인 서구 파트너에 대해 전임자처럼 대립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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