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인사이드 아웃 2 제작 참여한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 인터뷰
"라일리라는 소녀의 이야기지만 저도 성장하면서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거든요. 한국 관객들도 공감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에머리빌 픽사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전성욱 픽사 레이아웃 아티스트에게 '인사이드 아웃 2'의 흥행 전망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9년 전 한국에 개봉해 약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전편처럼 속편 역시 한국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전씨는 인사이드 아웃 2 제작에 참여한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중 한 명이다. 그가 맡고 있는 레이아웃 아티스트란 실사 영화로 치면 촬영감독과 같은 역할이다. 시나리오에 있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카메라 구도를 찾아 배치하는 일을 맡고 있다. 가령 특정 장면에서 캐릭터 얼굴만을 강조해 보여주고 싶으면 그림을 새로 그리는 게 아니라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카메라 줌인으로 확대해 표현하는 식이다.
그는 인사이드 아웃 2 전에는 지난해 6월 한국에 개봉한 '엘리멘탈' 제작에 참여했다. 엘리멘탈은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 관객 수가 역대 픽사 영화 중 하위 2위에 해당할 만큼 초라한 성적을 거둔 반면, 한국에서는 72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에서 개봉한 픽사 영화 중 흥행 1위다. 전씨는 이 같은 돌풍급 인기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흥행할 줄은 몰랐다"며 "한국적인 정서, 치유(힐링)되는 스토리에 감독님(피터 손)이 한국계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큰 인기에) 회사에서도 많이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씨는 2020년 픽사에 합류한 이후 루카·버드 라이트이어·엘리멘탈 등을 작업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중간 관리자인 리드 레이아웃 아티스트로서 영화 제작 전 과정에 전보다 깊게 관여했다고 한다.
그에게 이번 영화는 역할이 더 커졌다는 것 외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전씨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던 학생 시절에 픽사 지인 초청으로 이곳 본사를 찾은 적이 있는데, 마침 그날이 픽사 직원의 가족·친구들에게 인사이드 아웃을 상영하던 날이었다"며 "그때 본 영화의 속편 제작에 직접 참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전씨는 대학 졸업 때까지 한국에서만 쭉 자란 한국인이다. 애니메이션과는 아무 관련 없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미국 애니메이션 유학에 나섰다. 다른 국적과 언어, 이력 등 장벽이 많았지만, 그때 겁 없이 내디딘 한 걸음이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의 꿈의 직장인 픽사 입사로 이어졌다.
전씨는 "다른 배경을 가졌다는 점을 오히려 픽사에서는 흥미롭게 봐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처럼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막막하고 두려워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한 걸음부터 내디뎌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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