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 인터뷰]
1994년 이후 성인 독서율 역대 최저치 기록
"100% 휴대폰 봐... 유튜브 매체 지배적 돼"
"독서는 문화 기반... 인프라 붕괴 위기 처해"
지난해 정부 예산 59억 원 삭감...정책 거꾸로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만 19세 이상 성인의 종합독서율(1년 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43.0%를 기록했다. 199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최저치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는 2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독서 인구가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출판업계에서 근무하다 2001년 재단이 발족한 뒤 20년 넘게 독서문화 진흥에 힘써 온 안 이사는 "우리나라 문화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독서율 감소에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13년 이후 독서율 급감... 60대 15.7%
독서율 감소는 유튜브 등 매체 변화 영향이 크다. 1994년 86.8%였던 독서율은 이듬해 79%로 내려앉기 시작해 70%를 오르내리다 2013년(72.2%)을 기점으로 경착륙이 시작됐다. 유튜브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한 최근 10년 간 독서율은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안 이사는 "과거에는 지하철을 타면 한두 명 정도 책을 본다거나 신문을 읽었다면 지금은 거의 100%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유튜브 같은 매체가 지배적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연령별 독서율 격차도 심각하다. 지난해 20대 독서율은 연령대 중 가장 높은 74.5%지만, 60대 독서율은 15.7%로 가장 낮았다. 특히 60대 독서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전년(23.8%) 대비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노후에 책을 읽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안 이사는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은퇴 이후에도 책과 가깝게 지내지만, 우리나라는 취업과 학업을 하는 20대를 지나면서 책과 점점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도서관 1개 당 4만 명... 독서 환경 확보해야
독서 환경 부족도 독서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도서관연감에 따르면 국내 공공도서관은 1,236개. 도서관 1개 당 봉사 대상 인구는 4만1,617명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3만5,687명, 일본 3만8,322명이다. 안 이사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서관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읽는사회문화재단은 민관 협력을 통해 전국에 도서관을 늘려가고 있다. 2003년 전남 순천에 건립한 '기적의 도서관' 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에 18곳의 도서관을 세웠다.
기적의 도서관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하는 도서관'을 표방한다. 안 이사는 "도서관을 시험 공부하는 곳, 조용한 곳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새로운 도서관의 모습은 다양한 생각이 유통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도서관 내 주민 토론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장소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닥에 온돌을 깔아 이용 편의도 높였다.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책을 접하게 하려는 취지다.
재단은 전국 166개 지자체와 손잡고 매년 신생아 약 10만 명에게 생애 첫 선물로 책을 주는 '북스타트' 사업도 한다. 안 이사는 "2020년 이후 총인구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축소 사회'에 들어섰다"며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거꾸로... 독서 예산 전액 삭감
안 이사는 "독서는 훈련이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조사에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안 이사는 사회의 빠른 변화에 맞추려면 오히려 독서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 AI(인공지능) 사용이 익숙해질수록 '어떤 질문을 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인터넷상의 정보를 넘어서는 사유가 가능하려면 읽는 문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독서 문화 증진 지원사업 예산 59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안 이사는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류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려면 국내 독서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안 이사는 "문화의 둑이 무너지면 '문화강국'이라는 이름은 헛된 명성이 되고 만다"며 "예산을 복원하는 것뿐 아니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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