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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서 일얘기 중 언성 높이다 돌연사... 법원 "업무상 재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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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서 일얘기 중 언성 높이다 돌연사... 법원 "업무상 재해 맞다"

입력
2024.04.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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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사, 외부 약속 중 심근경색 사망
법원 "이직·업무상 언쟁 등 인과관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손님 접대가 잦은 50대 영업이사가 사업 파트너와의 술자리 도중 업무상 언쟁을 벌이다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이것을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까. 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냈다. 영업이라는 업무 특성, 돌연사로 이어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부장 이주영)는 사망한 모 회사 임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 회사 영업이사로 근무하던 A(당시 55세)씨는 2019년 8월 사업 파트너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A씨는 해당 회사로 이직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서 A씨는 자기 회사 제품 때문에 파트너 회사의 사업이 실패했다는 한 참석자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언쟁을 벌였다. 그러다 갑자기 A씨는 구토를 하며 쓰러졌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그대로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 유족은 2020년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했지만, 공단은 이 사망을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사업 파트너와의 언쟁이라는 돌발적인 스트레스 요인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영업이라는 업무상 특성 등을 근거로, 사망에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비록 A씨가 고혈압에 평소 음주량이 많긴 했지만, 혈압은 관리가 가능한 정도였고 음주 패턴 역시 영업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로계약서를 토대로 A씨의 평균 근무 시간이 8시간에 불과해 과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재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과로의 기준은 △뇌심혈관 질환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의 주당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했을 때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에 해당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로 봤다. 재판부는 "영업 업무 특성상 일과 시간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해 계속될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서의 근로시간만으로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이 역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과로 및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 데다 영업과 관련한 음주에 언쟁을 벌여 급격히 흥분해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은) 이 사건의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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