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유일 사상자는 7세 아랍 소녀
열악한 '2등 시민' 생활 속 대피도 못해
빈곤·실업 시달리는 유목민족 베두인들
공동체 철거 놓고 정부와 오랜 갈등도
이스라엘이 "99% 막아냈다"고 자평한 이란 공습에서 유일한 사상자인 베두인족(아랍계 유목민) 7세 소녀. 얇은 금속 판자로 덧댄 지붕 아래서 살던 그녀는 떨어진 미사일 파편에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상태다. 늘상 '이스라엘 2등 시민'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삶을 이어가는 소수민족인 터라, 이스라엘 여론의 주목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사일 파편에 얇은 지붕 뚫려… "피할 곳도 없다"
이스라엘 남동부 아라드 지역의 한 언덕 마을에서 거주하던 아미나 하소나(7)의 삼촌 이스마일은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공습 당일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란이 13일 밤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를 목표로 미사일을 날렸는데 이스라엘의 요격으로 상공에서 폭발했다. 이후 미사일 파편이 얇은 금속 지붕을 뚫고 들어와 아미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고 이스마일은 전했다. 아미나는 피를 흘리며 실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지금도 위독한 상태로 전해진다.
아미나의 친척들은 NYT에 "이스라엘 제도의 불평등이 아니었다면 그도 아마 무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 공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으며 피해도 미미하다고 자평하는 사이, 차별 속에서 방치된 소수민족의 한 가정은 풍비박산 났다는 호소다.
'2등 시민' 유목민족… 전기·물도 없이 판자촌 생활
베두인족은 과거 시나이반도에 흩어져 양, 염소, 낙타를 치며 지내온 유목민족이다. 1948년 팔레스타인땅에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고 무슬림 주민들을 내쫓으면서 이들은 2등 시민이 됐다. 현대 이스라엘 사회에선 베두인족 상당수가 브엘세바 등 인근 대도시의 저임금 블루칼라 노동계층에 편입돼 빈곤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베두인족 약 30만 명이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사막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가운데 4분의 1가량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무허가 마을'에서 거주한다. 제대로 건물을 지을 수 없어 판잣집에서 생활하며 수돗물은 물론 하수, 전기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수십 년 전부터 이스라엘은 네게브 지역을 군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베두인 마을 철거를 시도했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불도저로 밀고 들어와 베두인 집과 학교를 부순 사례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가 건설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베두인족은 이를 거부하면서 충돌해 왔다.
네게브사막의 베두인 마을은 이스라엘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해 별다른 방공호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 당시 첫 사망자 4명이 나온 곳도 이 지역이다.
실제 아미나 가족은 당국의 대피령과 사이렌 발동에도 오도 가도 못했다고 한다. 아미나의 한 이웃은 미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갈 곳이 없는 베두인족"이라며 "국가는 이스라엘 시민인 우리에게 모든 안보 조치를 제공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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