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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장악 갱단, '웃돈' 주고 구입 미국산 무기로 혼란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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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장악 갱단, '웃돈' 주고 구입 미국산 무기로 혼란 부추겨

입력
2024.04.09 15:30
수정
2024.04.09 15:40
0 0

미국산 총기류, 치안 악화 중심에
쌀, 의류 등에 숨겨 뱃길로 밀반입
WP "미, 아이티 총기 쇼핑몰 전락"

아이티 갱단 'G9' 수괴이자 '바비큐'란 별명으로 불리는 지미 셰리지에가 지난달 11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델마6 구역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본거지로 돌아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뉴시스

아이티 갱단 'G9' 수괴이자 '바비큐'란 별명으로 불리는 지미 셰리지에가 지난달 11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델마6 구역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본거지로 돌아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뉴시스

갱단이 사실상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아이티의 혼란에 '미국산 총기'가 한몫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당국의 감시 소홀을 틈타 전쟁터에서나 쓸 법한 무기까지 흘러든 탓에 아이티의 치안 사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에서 물 건너오는 총기가 계속해서 갱단 손에 들어가는 한 '무법천지' 상태인 카리브해 섬나라의 비극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중무장한 갱단이 활개 치는 아이티에서 미국산 총기는 이 나라의 치안 사정을 날로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아이티의 총기 밀반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산 총기를 등에 업고 갱단의 세력이 커진 탓이다.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정치 혼란이 이어지면서 갱단이 국가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갱단과 경찰이 수도 인근에서 버젓이 총격전을 벌이고 살인, 납치, 성폭행 등 흉포한 범죄가 일상화된 '무법천지' 상태다.

아이티 갱단과 연계된 미국 내 밀매업자들은 총기류를 주로 화물에 숨겨 뱃길로 운반한다. 미국에 사는 아이티인들이 본국 가족들에게 보내는 쌀, 콩 등 식료품과 의류 등에 총기를 교묘하게 숨겨 단속을 피하는 식이다. 하나하나 따로 포장된 개별 화물들에 실리다 보니 이를 일일이 풀어헤쳐 감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게다가 아이티 해상에서 이를 단속해야 할 당국자들 중엔 무기 밀매업자들과 결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유엔 마약범죄사무소는 아이티에 50만 정가량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엔 기관총이나 전쟁터에서나 쓸 법한 총기들까지 반입되고 있다고 한다. 무기 생산 시설이 없는 아이티에선 '프리미엄(웃돈)'까지 붙어 팔린다. 미국에서 1만 달러(약 1,300만 원)가량인 구경 50㎜ 저격 소총(50-caliber sniper rifle)은 아이티에서 8만 달러(약 1억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WP는 "아이티 갱단에게 미국은 거대한 총기 쇼핑 매장이나 다름없다"며 "미국산 무기가 아이티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 현지에선 아이티로 향하는 총기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에릭 애덤스 미 뉴욕시장은 "아이티 무장 갱단을 막기 위해 아이티로의 총기 유입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며 "총기 반입 흐름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쿨만 전 연방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 부국장도 "(미국이) 최소한의 무기 수출 통제 노력만 했더라도 아이티의 상황이 이 정도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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