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엔터, 팬 부정 티켓 누명 논란 속 '암행어사 제도' 폐지
'티켓 재판매' 논란에 "메뚜기 관객" 해명한 이담, 이번엔 돌연 '아이유 향한 공개사과'...잡음 키운 미숙 대처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가 과도한 부정 티켓 소명 요구 논란 속 암행어사 제도를 폐지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속사가 낸 사과문이 또 한 번 입방아에 올랐다. 소속사가 피해의 주체인 팬을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인 아이유에게도 공개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소속사의 '공개 사과'는 부정 티켓 소명 요구에 이어 또 다른 잡음을 야기했다. 소속사의 미숙한 대응 속 대중의 시선은 사태의 본질인 '암표 근절을 위한 보완된 대책 마련'이 아닌 아이유를 둘러싼 잡음에만 쏠리게 됐다.
이번 논란은 앞서 아이유의 팬으로 알려진 네티즌 A씨가 아이유의 콘서트를 관람하려다 부정 티켓 거래자로 지목돼 공연을 관람하지 못했다는 후기를 남기며 시작됐다. A씨는 당초 티켓 예매처로부터 부정 거래 의심 메일을 받은 뒤 소명 자료를 제출해 "공연 정상 관람이 가능하다"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콘서트 현장에서 재차 부정 거래로 분류돼 인증을 거친 뒤에도 끝내 공연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A씨는 팬클럽에서도 제명됐으며, 환불 처리 또한 되지 않아 소비자보호원에 자기 구제 신청을 한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아이유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이하 이담)은 편법을 사용한 티켓 부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부정 티켓을 신고하면 해당 팬에게 포상을 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던 바, A씨의 피해 주장은 '암행어사 제도'의 빈틈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부정 티켓 누명을 쓰고 피해를 입었다는 A씨의 주장에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또 다른 팬들의 후기까지 나오면서 팬들의 불만은 몸집을 불렸다.
이에 대해 이담 측은 공식 팬카페를 통해 A씨의 티켓을 '대리 티켓'으로 구분했던 정황을 설명하며 "A씨에게 불쾌함을 끼쳤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른 시일 내 원만히 합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A씨의 좌석에 대해서는 "당사 임직원 및 현장 관계자 누구도 지인에게 양도하지 않았다"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A씨가 예매했던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악화된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소속사였다. 해당 좌석의 재판매 의혹을 부인하며 "1~2부가 시작될 때 쯤 어느 분께서 (해당 좌석에) 앉아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비어있는 자리를 보고 흔히 말하는 '메뚜기'처럼 (A씨의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닐까 추론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담 측의 주장과 달리 일반적으로 콘서트장 내에는 다수의 진행 요원들이 구역별로 배치돼 있는데다, 공연 중 팬이 이동할 경우 티켓을 확인하고 좌석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팬이 화장실을 다녀온 뒤 마음대로 좌석을 이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팬들 역시 이 점을 지적했고, A씨 티켓의 현장 거래 재판매 의혹과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와 함께 팬들은 소속사가 부정 거래 의심을 받은 팬에게는 이를 소명할 만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구하면서, 소속사에 대해 쏟아지는 의혹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추측성 입장만을 밝힌다는 점도 비판했다.
결국 이담은 9일 공식 팬카페를 통해 암행어사 제도 폐지를 알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향후 팬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개선책도 덧붙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담은 또 한 번의 실책을 저질렀다. 피해를 입은 팬과 일련의 사태에 실망한 팬들에게 전하는 사과문에서 별안간 '아티스트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올린다'라며 아이유에게 공개 사과를 한 것이다. 아이유를 향한 사과는 이번 사태에서 소속사와 아이유를 분리해 비판의 화살을 회사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아이유가 완전히 소속사와 분리되기도 어려운데다 팬들에게 전하는 사과문에서 굳이 아이유를 향한 사과를 덧붙여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 만큼 이는 잡음만 더하는 결과를 낳았다.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과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만 담았어도 충분히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었을 테지만, 이담은 그 기회마저 스스로 놓쳤다. 이담의 사과문 게재 이후에도 여전히 성난 팬심은 뜨겁고 일각에서는 아이유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평소 지극한 '팬 사랑'으로 정평이 나있던 아이유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혔다. 소속사의 미숙한 대응이 낳은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잡음 속 정작 이번 사태에서 폭넓게 논의돼야 했을 '암표 근절을 위한 보완된 대책 마련'에 대한 이야기는 이루어지지도 못한 상태라는 점도 아쉬움을 더한다. 소속사의 실책이 빚은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방법은 아이유의 '직접 등판'일 뿐인걸까. 사태의 향방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