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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이라면 ‘머리를 여는 수술’ 해야 한다?

입력
2024.04.07 18: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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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뇌종양 중 양성 많아 치료하지 않고 관찰만 하기도

아침에 생기는 두통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단순한 두통이 아닌 뇌종양일 가능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생기는 두통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단순한 두통이 아닌 뇌종양일 가능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기몰이 중인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는 퀸즈백화점 주인이자 재벌 3세인 주인공 홍해인(김지원 분)이 뇌종양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로 그려진다. 뇌종양을 앓는다는 사실이 더 어색할 만큼 언제나처럼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의 홍해인은 언제부턴가 기억이 끊기는 일이 자주 반복되면서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한 독일 암센터를 찾는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 ‘뇌종양(encephaloma)’은 치료가 어렵고 두려운 질병으로 그려진다. 시한부 선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암울한 결론이나 이별을 암시하며 극적 긴장감을 더하는 주요 소재로 쓰인다.

◇발생 위치·크기 따라 두통 등 증상 다양

뇌종양은 ‘걸리면 무조건 사망한다’ ‘머리를 여는 수술(개두술)을 해야 한다’ ‘수술 후 엄청난 후유증이 발생한다’ 등 선입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박철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에 대해 무서운 소문이 많지만 지레 겁먹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뇌종양은 뇌 속에 생긴 종양과 함께 뇌를 둘러싼 뇌경막·뇌신경·두개골·두피 등에 생긴 종양을 말한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원발성 뇌암 환자는 2,055명으로 전체 신규 암 환자 27만7,523명의 0.7%를 차지했다.

종양이 뇌 조직이나 뇌막 등에서 처음 발생하면 ‘원발성 뇌종양’, 다른 곳에서 발생해 혈관을 타고 뇌로 전이됐다면 ‘전이성(2차성) 뇌종양’이라고 한다.

원발성 뇌종양은 수막종(80% 차지), 신경교종(神經膠腫·뇌나 척수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 대부분), 뇌하수체(腦下垂體)선종, 신경초종 순으로 많다. 전이성 뇌종양은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서 주로 전이된다. 뇌종양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악성(신경교종·전이성 뇌종양·림프종 등)도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뇌 손상, 방사선, 유전, 연령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악성 신경교종의 발생 위험을 1.22배 증가시킨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증상은 발생 위치·크기·종류·커지는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으로, 환자의 70%에게서 나타난다.

박철기 교수는 “두통은 특히 반복·지속적으로 생기고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으며 강도가 점점 세지면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두통은 일상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만큼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는 걸 알아내려면 평소 두통 증상 추세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양이 크다면 아주 드물게 뇌압이 올라가 구토나 메스꺼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종양이 운동·감각신경 등 주요 부위에 생기면 뇌 기능이 떨어져 신체 일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 뇌전증(腦電症)도 뇌종양의 주요 증상이다.

◇수술도 하지만 양성이라면 경과 관찰

뇌종양이 의심되면 권장하는 것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뇌 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고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성 뇌종양과 달리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악성 뇌종양은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뇌종양은 치료 방침을 정하기에 앞서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무증상이며 1년에 1~2㎜ 미만으로 성장 속도가 매우 더딘 양성 뇌종양은 많으면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하기도 한다. 대부분 성장이 빠르다는 걸 확인하거나 증상이 생겼을 때 치료해도 늦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절제 수술이지만 방사선과 약물 치료도 시행한다. 수술은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開頭術)이 어려워 정확한 종양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여러 기법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MRI 데이터에 기반해 내비게이션처럼 실제 종양 위치를 찾아내는 뇌 항해 기법, 형광 물질로 종양 부위만 밝게 보이게 하는 형광 유도법 등이 있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을 하루에 조금씩 분할 조사(照射)해 선택적으로 종양 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때로는 감마나이프·사이버나이프 등 기계를 활용한 방사선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이는 고용량 방사선을 종양에 한 번에 쬐는 치료법이다.

윤완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최근 뇌종양 수술 상당수는 ‘뇌 내시경 수술(Endoscopic neurosurgery)’로 진행된다”며 “뇌 밑바닥 부위(기저부)에 발생하는 뇌수막종·뇌하수체종양·두개인두종 등이 주요 적용 대상”이라고 했다.

뇌 내시경 수술은 환자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뇌의 바깥쪽에서 종양 부위로 접근해 뇌 손상과 수술 후 상처 없이 종양을 제거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썹 주름선을 따라 3~4㎝만 절개하고 뇌종양을 떼어내기도 한다.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술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수술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약물 치료는 다른 암보다 효과가 제한적이다. 뇌와 뇌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BBB)’ 때문이다. 뇌혈관 장벽은 항암제가 뇌까지 전달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약이 개발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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