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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정확히 측정한다

입력
2024.04.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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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착용 후 혈당을 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구진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착용 후 혈당을 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스마트 콘택트렌즈’만 착용해도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눈물 속 당(糖) 성분을 분석하는 원리다.

김자영 연세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 이용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박장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박원정 연구원, 김홍균 경북대병원 안과 교수, 김정호 경북대 의대 연구원, 김주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실시간으로 눈물 속 생체 지표를 측정해 정확히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혈당이 높은 상태인 당뇨병은 대부분의 신체 부위에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때 혈당 수치는 식사 등 생활 방식에 따라 쉽게 변해 실시간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당뇨병 환자들이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했지만, 신체·정신적 고통은 물론 2차 감염의 위험도 있다.

침·땀·소변 등 타액은 오염도가 높아 측정 수단으로 삼기에는 어렵다. 접근성은 높으면서 오염도는 낮은 눈물을 이용한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눈에선 습도 유지를 위해 눈물이 계속 나오고, 눈꺼풀이 오염을 막는다. 하지만 눈물 속 당과 혈당 사이의 연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당을 측정하는 고감도 센서와 이를 휴대 기기로 전송하는 무선 통신용 안테나가 내장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제작해 임상 시험을 시행했다. 시판 중인 콘택트렌즈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착용 시 이물감이 적고 시야는 가리지 않았다.

한국 의료진이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모식도 및 이미지.

한국 의료진이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모식도 및 이미지.

연구팀은 가장 먼저 동물 실험을 통해 여러 종류의 눈물 중 혈당과 연관성에 영향을 주는 유형을 확인했다.

눈물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흘러 청결을 유지하는 기본 눈물(Basal tears), 감정에 의해 나오는 감정 눈물, 외부 자극으로 흐르는 반사 눈물(Reflex tears) 등으로 나뉜다.

토끼 눈에 렌즈 착용 시 발생하는 자극과 연구팀이 의도적으로 가한 자극으로 인해 반사 눈물이 나올 때 눈물 속 당과 혈당의 상관관계가 줄었다.

그러나 렌즈 착용 후 일정 시간(1~3분)이 지나자 눈물 당 수치가 안정되며 혈당과의 상관관계가 다시 높아졌다. 연구팀은 반사 눈물로 인한 일시적인 상관관계 변화가 기존에 눈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안정화 시간’을 거쳐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정상이거나 당뇨병을 앓는 토끼와 강아지 각 8마리, 사람 1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콘택트렌즈로는 눈물당을, 혈당 측정기로는 혈당을 쟀다. 그 결과, 모든 시험에서 혈당 수치 변화에 맞춰 눈물당도 같이 등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시험 대상자들의 눈물당 등락은 개별적으로 다른 시간 간격을 두고 혈당 변화를 따라갔다. 연구팀은 이를 '개인화된 시간 지연'으로 정의했다.

이어 혈당과 눈물당 간 상관관계 분석에 사용한 ‘피어슨 상관 계수’에 각기 다르게 지연 정도를 적용해보니 그 값이 0.9 이상으로 나왔다. 피어슨 상관 계수에서는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 관계가 높다.

끝으로 ‘일치 오류 격자’ 분석을 통해 눈물당 수치를 기반으로 혈당 수치를 예상해 설정하고, 실제로 혈당을 쟀다.

일치 오류 격자 분석법은 혈당 측정기의 정확도를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방식이다. 값을 비교해보니 예상한 혈당 수치는 혈당 측정기를 통한 결과와 오차가 거의 없었다.

이용호 교수는 “시간 개념을 도입해 기존에 눈물을 이용한 혈당 분석 연구가 지지부진했던 원인을 해결하면서 눈물당과 혈당 수치의 상관 관계를 명확히 확인했다”며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당을 비롯해 눈물로 확인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안압 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다른 질환 진단·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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