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캄보디아 ‘훈센 왕조’ 열렸다… 상원의장으로 돌아온 독재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캄보디아 ‘훈센 왕조’ 열렸다… 상원의장으로 돌아온 독재자

입력
2024.04.04 16:10
수정
2024.04.04 17:17
0 0

장남에 권력 승계한 지 8개월 만
정계 최전선 복귀로 입김 커질 듯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가 3일 프놈펜에서 상원의장으로 추대된 뒤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프놈펜=AFP 연합뉴스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가 3일 프놈펜에서 상원의장으로 추대된 뒤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프놈펜=AFP 연합뉴스

38년간 캄보디아를 철권통치했다가 지난해 퇴임한 ‘아시아 최장기 독재자’ 훈센(72) 전 총리가 상원의장으로 돌아왔다. 행정부터 입법, 외교, 국방까지 그의 일가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훈센 왕조’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4일 현지 매체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상원은 전날 회의를 열고 훈센 전 총리를 만장일치로 의장으로 선출했다. 훈센은 “이런 높은 의자(의장석)에 앉는 것은 처음”이라며 “캄보디아 국제 외교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훈센 전 총리의 상원의장 선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2월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은 58석 중 55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나머지 야당 3석도 사실상 ‘훈센의 위성 정당’에서 나왔다.

훈센이 정계 최전선으로 복귀하면서 ‘상왕’으로서 그의 정치적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장남 훈마넷(46)에게 총리직을 승계한 훈센은 여전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퇴임 후에도 집권당 의장직을 그대로 유지했고, 국왕 최고자문위원장까지 맡았다. 이번에 상원까지 장악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정부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캄보디아 상원의장은 정부와 하원 조정자 역할을 하고, 국왕 부재 시 국가원수 역할도 대행한다. 공식적인 외국 방문도 가능해 장남과 외교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캄보디아 정치분석가 오우 비락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상원의장은 캄보디아에서 정치적 상징이 큰 자리”라며 “국왕이 해외에 자주 나가는 상황에서 (훈센이) 상원의장을 맡은 것은 (권력 독점 측면에서)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훈센 일가의 집권 체제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총리인 장남 외에 차남은 국방부 정보부대장, 막내아들은 공무부 장관, 조카사위는 부총리직을 차지하는 등 일가가 국가 수뇌부를 장악했다. 캄보디아 전체가 사실상 훈센 일가 족벌 지배 체제에 놓였다는 의미다.

훈센 전 총리의 장기집권 등을 비판한 책 ‘훈센의 캄보디아’를 쓴 호주 언론인 서배스천 스트랜지오는 AFP통신에 “훈센이 상원의장이 된 것은 일가 권력이 더 강화된다는 신호”라며 “그가 아들들을 보호하고 가문의 권력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