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공동 '아고라 프로젝트' 추진
토큰화로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주요국 중앙은행과 미래 통화 시스템 개선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에 나선다. 디지털 증표(토큰)로 변환한 은행 예금과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속도와 비용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3일 한은은 BIS, 7개국 중앙은행 및 민간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와 공동으로 민간-공공 협력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은 외에 5대 기축통화국인 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 중앙은행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그리고 멕시코 중앙은행이 함께한다. 이에 더해 각 참가국에서 다수의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할 계획으로, BIS의 관련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BIS의 통합원장1 개념에 기반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민관 공동의 핵심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참가국의 은행 예금토큰과 토큰화2한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가 원활하게 통합돼 기능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은행은 고객에게 예금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은행에 지급준비금을 발행하는 현행 2단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스마트계약3과 프로그래밍 등 기술을 더해 새로운 방식의 결제와 거래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개념 검증을 넘어 실거래 구현 전 단계인 프로토타입(초기 시제품)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해외송금 등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현행 국가 간 지급결제는 서로 다른 법률과 규제, 기술 준수 요건, 시차 등 문제로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는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세실리아 스킹슬리 BIS 혁신허브수장은 “오늘날 어떤 거래가 수행되기 위해 수많은 지급결제 시스템과 회계원장,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복잡하게 연결돼야 한다”며 “아고라 프로젝트는 핵심 디지털 금융인프라상에 모든 것을 한데 모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공통 지급결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기축통화국과 나란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건 그간 진행해 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 해석이다. 주요 무역국이자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무역금융 등에 활용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인프라를 만드는 새로운 기준 설정 작업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하고, 이를 통해 한국 민간기관이 신규 사업 영역을 발굴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 1 통합원장
- 토큰화한 자산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공통 플랫폼상에서 발행·유통함으로써 토큰 경제의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시장 인프라
- 2 토큰화
- 전통적 자산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플랫폼에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 증표로 변환하는 과정
- 3 스마트계약
- 프로그래밍된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일종의 ‘자동화 계약’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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