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 외교관 '신경계 외상 발병' 원인으로
러 독립매체 '러 29155부대' 콕집어 의혹 제기
내부서 "음향 무기 개발" 오가고 부대장 특진
미 국방부, 의혹 반박 없이 "지난해에도 증상"
러시아가 신경계에 외상을 입힐 수 있는 전자기파·음향 무기를 개발해 비밀리에 미국 외교관들을 공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괴질 '아바나 증후군'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러시아 독립 탐사 매체 등이 러시아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취재 결과를 보도하면서다. 적성국 개입 가능성을 부인하던 미국 정부도 "지난해에도 관련 사례가 있었다"며 의혹을 이어 받았다.
러시아 독립 온라인 매체 더인사이더는 1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및 독일 슈피겔과 5년가량 이 사안을 공동 취재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집단 발병에 미 외교 차질
아바나 증후군이 널리 알려진 건 2020년쯤이다. 당시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 대사관 직원 24명이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겪었던 사건 등을 조사했다. 이들은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찾아와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호소했는데, 이 사건으로 미 정부는 2017년 대사관 인력을 대거 철수시키며 쿠바와 관계 개선에 차질을 겪었다. 중국 독일 콜롬비아 등 다른 지역 대사관에서도 아바나 증후군 사례가 수백 건 보고됐다.
당시 NASEM은 신경계 외상이 '고주파 에너지' 탓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가 비밀리에 에너지 무기를 개발해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물증은 없었다. 사안을 조사한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 2월 "적성국 개입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더인사이더는 러시아 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 산하 특수부대인 29155부대가 작전 배후라고 콕 집어 비판했다. 매체는 △옛 소련과 러시아가 꾸준히 전자기파·음향 무기를 개발했다는 과거 문건과 △29155 부대 내부 이메일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옛 소련이 최소 1974년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29155부대 관계자가 2014년 크렘린궁에 보낸 이메일에서 "살상력 없는 음향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매체는 "2017년부터 29155부대장은 군 고위직을 역임하고 있다"며 "이토록 급격히 승진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들이 증세 발현 직전에 29155부대 소속 요원들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매체가 29155부대 소속 요원들의 사진을 보여주자 "당시 이 사람이 주변을 서성거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더인사이더에 "사진 속 인물을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 사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매체는 29155 부대원 행적을 추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요원이 당시 현장 인근에 머물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미 정부, 외교적 마찰 피하려 인정 안 해"
미국 정부는 이날 제기된 의혹을 적극 반박하지 않았다. 되레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에도 국방부 고위 관리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공개했다. 다만 증상 원인에 대해서는 "ODNI 등이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더인사이더는 "미국 관리들도 진상을 알고 있지만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단 한 번도 이런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표한 사람은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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