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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주의 바닷바람이 물고기·관광객·해외 관계자 불러 모았다...국내 첫 해상 풍력발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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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주의 바닷바람이 물고기·관광객·해외 관계자 불러 모았다...국내 첫 해상 풍력발전단지

입력
2024.04.01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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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동발전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가보니
주민수용성 어려웠지만 관광자원으로 탈바꿈
"대한민국 해상풍력 선도… 모범 사례 될 것"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단지의 풍력발전기가 운전하고 있다. 제주=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단지의 풍력발전기가 운전하고 있다. 제주=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해안가에서 1.2km가량 떨어진 바다 위에 91m 높이의 날개(블레이드) 10개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의 합작 투자를 통해 2017년 국내 기술과 자본만으로 마련한 이곳에는 3메가와트(㎿) 용량의 풍력발전기 10기가 있어 총용량은 30㎿다. 2017년 9월 준공된 이후 약 50만 메가와트시(㎿h) 전기를 생산해왔다.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 기준 제주 전체 가구(31만3,000가구)가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용량이다. 보통 육상 풍력발전은 설비 효율성을 나타내는 이용률이 20% 안팎이지만 이곳은 29.8%(2023년 기준)에 달한다. '바람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한경면의 바람이 속도는 빠르고 양이 일정한 덕분이다.



제주 서쪽 들어선 '풍차'… 친환경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소. 한국남동발전 제공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소. 한국남동발전 제공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성장 속도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느렸던 우리나라에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시험대다. 사업이 시작되려던 2006년 8월 발전 사업 허가 승인을 받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9년 동안 발전기는 움직이지 못했다. 이효우 한국남동발전 신재생운영처 풍력운영부장은 "해상풍력발전기를 짓는 첫 사례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많이 걱정했고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해도 잘 믿지 않았다"며 "차근차근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첫 삽을 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기피시설이었던 해상풍력단지는 두모리와 금등리의 관광 자원이 됐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풍력발전기의 소리를 잡아주는 백색 소음 효과를 만든 덕분에 소음 민원은 없다고 한다. 또 바닷속 발전기 구조물이 물고기를 끌어들이는 어초 역할을 하면서 산란하는 물고기가 증가하고 감태·굴·낙지·소라·전복 등이 늘기도 했다.

어민들로부터 발전기를 더 지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고춘희 금등리 이장은 "발전기를 반대했던 해녀들도, 소음을 걱정했던 주민들도 파도 소리 때문에 발전기에서 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으니 걱정을 접었다"며 "오히려 풍력단지를 보러 오는 사람들 덕분에 마을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한국남동발전은 2027년 4,000억 원을 투자해 8㎿ 규모 풍력발전기 9기를 추가로 설치해 탐라단지를 총 102㎿ 용량의 해상풍력단지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서남해안 등 풍력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후보지를 찾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업 운전 이후 7년 가까이 학계, 해외 관련 기관 관계자 8,4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특히 최근 태국, 베트남 등 해상풍력발전을 시도하려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송전망 제약, 해마다 늘어나는 출력제어 등 과제

2017년 국내 최초로 준공한 제주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두산중공업의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국내 최초로 준공한 제주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두산중공업의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도 2030년 해상 풍력 보급 용량을 14.3기가와트(GW)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국내 해상풍력발전 설비 규모는 5㎿에서 2017년 46㎿, 2019년 73㎿, 2020년 136㎿까지 늘었다. 지난해 진행된 2023년 풍력설비 경쟁 입찰에서는 총 1,431MW에 대한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낙찰됐다.

다만 숙제도 있다. 제주는 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면서도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낮 시간대 출력 제어가 자주 일어난다. 탐라해상풍력단지도 2022년 72회, 지난해 90회 등 출력 제어 횟수가 늘고 있다. 출력 제어로 생긴 손실액이 지난해 기준 9억 원에 달한다. 계통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해상풍력발전 사업자들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성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사업자 입장에서 정부의 출력 제어 조치로 떨어진 수익성을 보완할 대안이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송전망 구축 등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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