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원자재 코코아 가격, 구리보다 비싸져
공급난 원인... "초콜릿 가격 더 상승 예상돼"
26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있는 독일 최대 백화점 '카데베'(KaDeWe). 내부 초콜릿 매장은 부활절(3월 31일)을 맞아 초콜릿을 사기 위해 방문한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예수 부활을 상징하는 계란 또는 토끼 모양 초콜릿을 이즈음에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기독교 전통이다.
그러나 초콜릿 앞에 선 이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초콜릿 값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이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캐롤라인은 "지난해에는 10유로(약 1만4,607원) 선에서 좋은 선물용 초콜릿을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백화점의 '가격 부풀리기' 때문이 아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초콜릿 가격도 소비자에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독일 언론 티온라인에 따르면 부활절 인기 초콜릿으로 꼽히는 '스마일리 버니'(제조사 밀카)는 지난해 0.99유로(약 1,446원)에서 1.19유로(약 1,739원)로 가격이 20.2% 뛰었다. 시장조사기관 NIQ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계란 모양 초콜릿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2% 상승했고, 영국에서는 최대 50% 오른 상품까지 나왔다.
코코아 가격 한때 톤당 1만 달러
초콜릿 값이 치솟은 건 원자재인 코코아 가격 폭등 때문이다. 2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가격은 장 중 한때 톤당 1만80달러(약 1,36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9,622달러(약 1,298만 원)로 장을 마쳤다. 코코아 가격이 1만 달러를 돌파한 적은 없었다. 이는 올해 초(지난 1월 2일 기준 4,275달러)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점(지난해 3월 27일 기준 2,902달러)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뛰었다. 외신들은 "코코아가 산업용 구리(26일 기준 톤당8,748달러)보다 비싸졌다"(미국 블룸버그통신), "비트코인 랠리(급등)와 비슷하다"(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 같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코코아 가격 상승의 원인은 공급난이다. 독일 타게스샤우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코코아의 75%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은 악천후 탓에 저조한 코코아 생산량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유독 비가 많이 오고 올해는 유독 건조해 생산에 큰 타격을 줬다고 한다. 현지 농장들이 투자 여력 부족으로 이상기후 및 병충해 등에 취약한 품종을 주로 재배하는 것도 흉작을 부추겼다. 여기에 유통업자들의 '사재기' 등이 겹치면서 코코아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졌다.
"초콜릿, 더 비싸질 듯"...씁쓸한 주머니
많은 전문가들은 코코아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원자재 정보제공업체 민텍의 미국 상품 담당 앤드루 모리아티 이사는 "시장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비영리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 대변인 커스틴 베버는 "가뭄, 폭우, 홍수 등 이상 기후로 인해 코코아 수확량은 물론 품질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비싼 초콜릿'을 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판매되는 초콜릿은 지난해 구입된 코코아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커 현재 원자잿값이 반영된 뒤에는 소비자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이 마련하고 있는 '산림을 파괴해 만든 제품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이 초콜릿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유럽 내 초콜릿 제조업체가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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