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사진관'으로 돌아온 배우 한그루
2022년 이혼 후 쌍둥이 자녀 육아 중
"이해의 폭 넓어지고 감정선 변화 느껴"
"주원·권나라·음문석, 너무 좋은 배우들"
10년 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tvN '연애 말고 결혼'의 주연 배우였던 한그루. 당시 단순무식하고 귀여운 주장미 역을 맡아 발랄한 매력을 보여줬던 그가 지니 TV 오리지널 '야한(夜限) 사진관'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한그루의 공백기는 길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결혼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는 2017년 쌍둥이를 출산하며 육아에 집중해왔다. 은퇴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던 한그루는 자연스럽게 연기 활동과 멀어졌다.
그런 그가 2년 전 샛별당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연예계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결혼 7년 만의 파경 소식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재는 쌍둥이 자녀를 키우는 씩씩한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그루의 복귀작 '야한 사진관'은 오직 죽은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귀객 전문 사진관의 까칠한 사진사와 열혈 변호사가 서늘한 밤손님들과 생과 사를 오가며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그루는 백남구(음문석)의 아내 진나래 역을 맡아 활약한다.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한그루는 결혼과 출산, 이혼 등 어린 나이에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숙해진 스스로를 체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저런 신경 쓰는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되고 나니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웃는 그에게서 굳건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고된 육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운동은 어느새 한그루의 삶의 일부분이 됐다. 헬스와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결혼 전보다 빛나는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한그루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예계를 떠났던 이유
"사실 은퇴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어린 마음에 결혼을 하면 아내로서 내조하고 집에서 살림하는 게 보기 좋고 가정에 충실한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일도 안 하니까 생활비를 받고 지내는데 이모님 쓰고 나가서 놀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보면서 스스로 가꾸고 일도 하고 그래도 됐을 거 같은데 한쪽에만 치우쳐 있었던 거죠. 당시엔 주변에 결혼한 사람도 없어서 자의로 일을 놨었던 거 같아요. 아이들과 한 6~7년 붙어있다 보니까 잠깐 엄마에게 맡기고 약속 한 번 나가는 것도 신경이 쓰여서 계속 전화하고 그랬어요."
이혼 후 복귀를 결심하기까지
"아이들을 혼자 키우게 되면서 저의 시간이 필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애들에게도 더 잘할 수 있고, 이제는 저 혼자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위자료도 받지 않고 이혼했거든요. 또 애들이 커가면서 '엄마는 무슨 일을 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다시 일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회사를 찾아 나섰어요. 제가 이혼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애들을 결핍 없게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혼할 때 전 남편과 '부모가 참석하는 행사'는 함께 참석하기로 약속했어요."
'야한 사진관'을 만나다
"'연애 말고 결혼'의 송현욱 감독님과 간간이 연락하고 뵙기도 했어요. 굉장히 의리파이시거든요. 제가 너무 일찍 일을 그만둔 거에 대해서 아쉬움을 많이 가져주시고 일하라고 말씀도 많이 하셨죠. 작품을 할 때마다 물어봐 주셨는데 준비가 안됐었어요. (작품을 하려면) 살도 빼야 하는데, 둘이 번갈아서 깨니까 제 삶이 없었거든요. 애들이 걷기 시작하니까 더 바빠지고 그래서 복귀는 꿈도 못 꾸다가 이번에 같이 하게 된 거예요. 감독님은 항상 같은 스태프들과 일하는 분인데 스태프들도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좋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달라진 마음가짐
"제가 내세울 게 하나도 없지만 굳이 하나를 찾아보자면 제 나이 또래가 안 하고 싶어하는, 좀 꺼릴 수 있는 역할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단역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고 할 준비가 되어있죠. 연기의 감이 돌아왔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촬영할 때 마음과 정신상태가 많이 달라진 느낌이 들어요. 대본을 볼 때도 그렇고 와닿는 포인트도 달라졌어요. 감정선의 변화도 느끼고요. 작품 속에서도 아내 역할인데 결혼이란 걸 경험해 봤으니까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보는 관점도 달라진 거 같더라고요."
촬영장 복귀 후의 변화
"오랜만에 현장에 돌아가니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건 있었어요. 첫 신이면 헤어 메이크업 숍에 새벽 4시에 가야 해요. 애들 등원만 하고 가면 딱인데 엄마가 3시 반에 집에 오면 제가 4시에 가고, 아이들 하원 전에 돌아오고 그런 것들은 가끔 힘들긴 했죠. 그렇다고 저 때문에 스케줄을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요. 지금은 촬영 끝나고 쫑파티도 다 했어요. 7~8개월 정도 찍었거든요."
고마운 배우들
"한 번은 현장에도 애들을 데려간 적이 있어요. 갑자기 촬영이 잡히면 부모님 시간이 안 되는 경우 제가 데려가야 할 때가 있거든요. 아이들을 (제작진에게) 인사시키고 '태블릿 갖고 나가서 이쪽에서 보고 있어' 하고 저는 촬영에 들어갔죠. 다음 촬영이 (권)나라 언니와 주원 오빠였는데 애들 옆에 있어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한 번은 야외 촬영이라 너무 추운데 아이들을 데려가서 스타일리스트 언니한테 차에서 같이 쉬고 있어주면 안 되냐고 부탁하기도 했죠. 언니가 아이들을 봐줬어요."
'야한 사진관' 배우들의 팀워크
"주원 오빠, (권)나라 언니, (음)문석 오빠랑 우리끼리 여행도 갔어요. 팀워크가 아주 좋아요. 상대역인 문석 오빠는 너무 웃겨요. 오빠랑 촬영할 때 진짜 초인적인 힘으로 (웃음을 참고) 몰입하려고 노력해야 되는 정도였죠. 나라 언니랑은 작품에서 붙는 신이 없었는데 리딩하고 회식하면서 얘길 많이 했어요. 주원 오빠는 정보통이에요. 맛집도 많이 알고 모이기로 하면 직접 알아보고 예약하고 그래요. 오빠도 이렇게 배우들과 친해진 게 처음이래요. 그만큼 다들 좋은 사람들이에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다
"전 이렇게 말을 안 하는 역할이 처음이에요. 항상 방방 뛰는 역할만 하다가 차분하고 조용한 캐릭터를 처음 만났어요. 감독님한테 '저 말하고 싶어요' 그랬어요. 하하. 감독님은 저의 이미지 변신도 생각하신 거 같아요. '이제는 이런 걸 할 수 있어'라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셨대요. 저는 정말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괜찮다고 했거든요. 제가 쉬는 동안 개인적인 삶의 굴곡을 겪었으니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신 거 같아요. 감사하죠."
살을 찌운 이유
"여가시간에는 운동 말고는 하는 게 없어요. 기본 세 개는 꼭 하는데 요가, 수영, 헬스를 하죠. 다른 거는 할 시간도 없고 돈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지출만 해요. 그래도 운동은 뭔가 내가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이번에 작품 하면서 살을 일부러 좀 찌웠어요.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게 보더라고요. '이혼하고 힘든가' 하면서요. 특히나 어릴 때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이니까 '예전엔 볼이 통통했는데' 하고 다들 걱정하더라고요. 나름대로는 건강하게 뺐는데도요."
그리웠던 촬영 현장
"현장에 나가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일을 대하는 태도가 엄마가 되니까 달라졌어요. 불필요하게 예전엔 생각이 많았거든요. 현장에 가도 이거 저거 신경쓰고 그랬는데 지금은 누가 '이건 어떨 거 같아?'라고 하면 '뭐든 상관없어요'라고 해요. 제가 할 수 있고, 찾아주면 해야 한다는 마음이니까 현장 나가는 것도 즐겁더라고요. 애들이랑 잠깐 떨어지고 엄마가 아닌 한그루로서 일을 하러 나가는 자체도 너무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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