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중 납치, 부모에 2억 요구
억대 채무 압박감에 범행 결심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납치해 부모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동식)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모(42)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백씨는 지난해 12월 오전 9시쯤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초등학생 A양을 납치한 뒤 옥상으로 끌고 가 청테이프로 기둥에 결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A양의 휴대폰으로 부모에게 "오후 2시까지 현금 2억 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딸을 볼 생각하지 마라"는 내용의 협박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백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테이프를 끊고 탈출한 A양이 인근 파출소에 구조를 요청했고, 경찰은 바로 옆 아파트로 들어가는 피의자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그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백씨는 약 1억7,000만 원의 채무 압박감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 높은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사건 후에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백씨가 반성하는 점, 재범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앞서 백씨는 최후변론에서 직접 쓴 반성문을 읽으며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을 거란 압박감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가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해 후회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 공판에서 백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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