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 남긴 역대 최단기 주석 오명
"공산당 내부 권력 구도 변화 신호탄"
사임설 돈 뒤 증시서 1058억 원 빠져
베트남에서 권력 서열 2위 국가주석이 1년 사이 두 명이나 불명예 퇴진했다. 응우옌쑤언푹(69) 전 주석이 부패 문제로 떠난 지 1년 만에 보반트엉(53) 주석이 돌연 사임하면서 ‘국가 주석 잔혹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베트남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기 1년 못 채운 ‘최단기간 주석’
베트남 국회는 21일 임시 회의를 열어 트엉 주석 사임안을 통과시키고 보티아인쑤언 부주석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했다. 트엉 주석은 임기(2026년 5월)가 2년 넘게 남았지만 중도 낙마하면서 ‘베트남 역대 최단기간 주석’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전임자였던 푹 전 주석은 부하 공직자 비위 행위 책임을 지고 취임 19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주석의 사임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는데, 뒤를 이은 트엉 주석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된 셈이다.
당은 “트엉 주석이 당규를 위반했다”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 사유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그가 과거 꽝응아이성(省) 인민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비리와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측근이 600억 동(약 32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79) 공산당 총비서(서기장) 후계자로 거론됐던 트엉 주석의 갑작스러운 낙마가 당 내부 권력 구도 변화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동남아 전문 싱크탱크 싱가포르 ISEAS 연구소 응우옌깍장 연구원은 "단기간에 주석 두 명이 연달아 사임한 것은 2026년 차기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공산당 내 권력 다툼이 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치 난기류, 투자 심리 위축 불러
자연스럽게 관심은 후임 주석 선정을 비롯해 향후 베트남 공산당 내부 권력 구도로 쏠린다. 베트남 정치 전문가 이한우 전 서강대 교수는 “이번 사임은 베트남 반부패 운동과 정치 경쟁이 복합된 결과”라며 “단기적으로는 쫑 서기장이 주석직을 겸직할 가능성이 높고, 서열 5위 쯔엉티마이 공산당 상임비서가 승진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막강한 실권자로 꼽히는 또 럼 공안부 장관도 차기 주석 후보로 거론된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 서기장을 중심으로 2위 국가주석(외교·국방), 3위 총리(행정), 4위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다.
정치 혼란 여파가 경제 분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 싱크탱크 콘래드아데나워재단의 플로리안 페예라벤트 베트남 총괄은 로이터통신에 “베트남의 어지러운 정치적 상황이 투자 결정을 좌우하는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 신뢰성, 내부 운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긴장 고조 속에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정치적 난기류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주석 사임설이 돌기 시작한 지난 18, 19일 베트남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액은 약 8,000만 달러(약 1,058억 원)에 달했다. 베트남에 본사를 둔 한 기업 고문은 “트엉 주석 사임으로 관리들이 반부패 캠페인 방향에 대해 더 우려하면서 정책과 행정 결정이 한층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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