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1명 구속기소... "역대 최대 규모"
태국, 남아공 등 4개국 출신으로 구성
'070'으로 시작하는 휴대폰 발신번호를 변작 중계기로 '010'으로 조작한 뒤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50억 원 넘는 돈을 가로챈 다국적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변작 중계기 범행 수법 중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20일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등 4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번호 변작 중계기 운영 조직 21명을 범죄집단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총책 '골드'가 중국 연길에 거점을 두고 만든 보이스피싱 조직에 소속돼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 170명에게서 약 54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유심칩 여러 개가 장착된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온 보이스피싱 전화를 국내에서 온 것처럼 바꿔 범행했다.
조직 운영과 범행 방식도 치밀했다. 중국에 있는 조직 총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에서 활동할 조직원을 모집하고, 텔레그램으로 범행을 지시했다. 조직원들은 가담 기간에 따라 매주 50만~100만 원 상당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부품배달을 하는 말단부터 시작해 숙련도에 따라 유심보관소 및 중계기관리, 부품보관소 관리 순으로 업무를 배당받았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우편함에 물건을 놓아두고 찾아가게 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조직원들에게 수당을 전달하고, 1개월 단위로 숙소와 중계소를 이동하기도 했다. 범행 초기에는 중국동포 위주로 조직원을 모집하다 수사망이 조여오자, 국내에 불법체류하거나 난민신분인 태국인, 남아공인 등을 범죄에 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합수단은 일반 원룸으로 위장된 중계소 11곳과 부품보관소 4곳을 적발하고 중계기 1,694대, 대포유심 3,420개, 공유심 4,663개 등을 압수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2022년 대비 약 18% 감소했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진화하는 신종수법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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