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시받고, 거의 동일한 월급 받아
"일방적 계약종료 할 수 없는 근로자"
방송국이 9년 간 근무한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뒤늦게 계약서를 작성하고서 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출연계약 종료는 근로기준법상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부당해고로 본 중노위 재심 판정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A씨는 2012년부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EBS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때는 별다른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나 2020년부터 3차례에 걸쳐 출연계약서를 썼다. 당시 근로자 지위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던 지방 민영방송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 실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듬해 EBS는 기간 만료를 이유로 A씨와 출연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사실상의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A씨에게 서면으로 계약종료를 통지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EBS의 재심 신청으로 열린 중노위에서도 이 결론은 유지됐다.
다툼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EBS는 "A씨와 방송사는 민법상 위임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며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2020년 계약기간을 명시한 출연계약서 따라 A씨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정당하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A씨에 대한 노동위 판단이 옳다고 보고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A씨 업무에 대한 EBS의 지휘∙감독권한이 있었고 △A씨가 EBS 입사 이래 지속적으로 뉴스를 진행한 사실 △A씨가 매월 거의 동일한 시기 보수를 일률적으로 지급받은 점으로 보아 '근로자'였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2020년 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근로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자로 전환되기 위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미 입사 2년이 경과된 2014년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올 1월 이모씨가 KBS를 상대로 낸 근로자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며, 상고심 최초로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