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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불면 탓에 109만 명 치료받아

입력
2024.03.17 22: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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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옆으로 누워 자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 가운데 85~90%가 우울증·불안장애·수면무호흡증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 가운데 85~90%가 우울증·불안장애·수면무호흡증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은 보약이다’. 수면이 낮에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뿐만 아니라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씻어내고 면역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잠만 제대로 자도 병치레를 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봄기운이 완연한데 잠을 자도 낮에 졸리고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하루 평균 6.9시간밖에 잠자지 않아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평균 7.16시간 정도)보다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12개국 2만69명 조사 결과).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3월 18일)’을 앞두고 ‘건강한 잠’에 대해 알아본다.

◇잠 제대로 자지 못해 109만 명 치료받아

수면장애는 잠자는 시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등 잠자기 전까지 수면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뜻한다. 수면장애는 ‘선진국 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인의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22년 109만8,819명으로 2018년 85만5,025명보다 28.5% 늘었다.

수면장애에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불규칙한 ‘1주기 리듬 수면장애’,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 수면 도중 잠꼬대를 하면서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Rapid Eye Movement) 수면 행동 장애’, 잠을 많이 자는데도 잠이 계속 쏟아지는 과수면증, 기면증(嗜眠症·narcolepsy)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보통 잠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을 때가 1시간에 5번 이상일 때를 말한다. 숨이 막혀 ‘컥컥’ 대다가 ‘푸’ 하면서 숨을 몰아 내쉬게 된다.

잠잘 때 코골이를 하는 사람 가운데 70% 정도가 수면무호흡증에 노출돼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7년 3만1,377명에서 2021년 10만1,348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40~69세 인구 중 남성의 27%, 여성의 1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질병관리청).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옆으로 누워 자야 혀뿌리가 중력에 의해 뒤로 처져 기도를 막아 발생하는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을 함께 앓을 때도 많다. 주은연ㆍ최수정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불면증을 호소한 성인 남성의 5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았다. 여성 불면증 환자의 35%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었다.

수면장애를 피하려면 ‘수면 위생’을 적절히 지켜야 한다. 수면 위생은 잠을 적절히 자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행동을 일컫는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기 △시간을 자꾸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알코올 섭취 피하기 △잠자기 전 수분 과다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이다.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 같은 수면 위생만 잘 지켜도 수면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코골이가 심하거나 특히 나이가 많은데 혈압이 높고, 비만이라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아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다원 검사가 2018년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역류성식도염 있다면 왼쪽으로 누워 자야

평소 숙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유삼 교수는 “술을 먹으면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술은 오히려 깊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잠들기 전에 과격한 운동도 피해야 한다. 운동하면 몸이 지치면서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여기지만 운동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신체를 흥분하게 만든다. 따라서 숙면하려면 잠들기 3~4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쳐야 한다. 잠들기 전 카페인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도 숙면을 방해한다.

잠자는 자세도 ‘수면 질’에 영향을 준다. 코를 곤다면 똑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눕는 게 좋다. 똑바로 누우면 중력으로 입 안 구조물이 아래로 내려가고 목 안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 있다면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 위는 몸 왼쪽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위산이 역류한다. 반면 왼쪽으로 누우면 위가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위산 역류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덧붙여 잠이 부족하면 뇌에 노폐물이 쌓이기 쉬워진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보통 6-9시간이다. 평일과 휴일에 잠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이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잠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잠자면서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판단력·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숙면법 5가지]

□잠자기 전 스마트폰·TV·노트북 등 밝은 빛이 나오는 기기를 오래 보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는다.

□늦게 잠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난다.

□잠자기 전 카페인·알코올 섭취는 피한다.

□잠자기 전 과식·수분 과다 섭취를 피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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