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욕지도 해상서 5일 만에 또 어선 사고
최근 5년 해양사고 76% '어선', 매일 5, 6건
안전 기준 느슨, 오래된 검사 규정 등 문제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닷새 만에 또 어선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여객선 등 상선에 비해 느슨한 안전 관리 기준, 그마저도 잘 지키지 않는 관행, 수십 년 전 마련돼 현실과 맞지 않는 어선 검사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2분쯤 욕지도 남방 4.6해리(8.5km) 해상에서 139톤(t)급 대형 쌍끌이저인망 A어선이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어선에 타고 있는 승선원 10명을 구조했으나 이 중 50대 선장 1명을 포함한 한국인 선원 3명은 의식이 없었고, 또 다른 한국인 선원 1명은 실종됐다. 의식이 없던 3명은 끝내 숨졌다. 지난 9일에도 욕지도 남방 37해리(68㎞) 해상에서 제주선적 20t급 B어선이 전복돼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앞서 전남에서는 12일 여수시 남면 작도 해상에서 선원 6명이 탄 7t급 통발어선이 뒤집어져 1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1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선 33t급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돼 7명은 구조됐으나,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잦은 어선 사고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9~2023) 어선 사고는 총 1만387건으로 전체 해양사고의 76%를 차지한다. 매일 5, 6건씩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상선에 비해 느슨한 안전 관리 기준을 지적한다.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르면 태풍주의보‧태풍경보‧풍랑경보 땐 모든 어선의 출항이 금지된다. 풍랑주의보 발효 시엔 15t 미만 어선은 출항할 수 없다. 하지만 기상특보가 발효되기 전 발표하는 예비특보 땐 출항 금지나 대피 명령을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다. 최근 3년간 제주해역 기상 악화 시 발생한 해양사고 피해 선박만 106척인데 이 중 적잖은 수가 예비특보 때 바다에 나간 어선으로 추정된다. 해경 관계자는 “어민들 입장에선 생계가 걸린 문제라 기상이 나빠도 조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기상특보 발효뿐만 아니라, 예비특보 단계에서도 선박 출항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에 제도 개선 검토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람이 약하고 파도가 낮은 날씨가 좋은 날에도 어선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올해 들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6건의 침몰 사고 가운데 절반인 3건은 기상 상황이 양호했다. 원인으로는 53년 전인 1971년 마련된 복원성 검사 제도가 꼽힌다. 복원성은 수면에 떠 있는 배가 파도‧바람 등 외력에 의해 기울어졌을 때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뜻한다.
일본, 중국,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 작은 크기의 어선까지도 복원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길이 24m 이상 어선에만 적용한다. 특히 목재나 철제로 배를 건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소형 어선에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이 주재료로 쓰인다. FRP는 부력성은 좋은 반면 복원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국내 어선의 98%를 차지하는 길이 24m 미만의 소형 어선이 아예 복원성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9일 통영에서 전복 상태로 발견된 B어선도 배 길이가 23.3m였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과적으로 선박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면 큰 배도 복원성을 잃고 전복된다”면서 “어선에 대한 구조·운영·환경적인 부분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