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보다 학생 수 1.3% 감소했지만
사교육비 4.5% 증가, 물가상승률 넘어
'킬러배제' 고교 증가폭 8.2%로 최대
교육부 "증가세 둔화... 공정수능 불변"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이 27조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사교육을 받아야 풀 수 있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지난해 수능부터 시행했지만, 사교육비 증가폭은 고등학교에서 가장 컸다.
학생 수 감소하지만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
교육부와 통계청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초중고 3,000개 학교의 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5~6월과 9~10월에 실시됐다. 학원 수강, 과외, 학습지, 인터넷 강의 등의 수강료와 교재비 지출을 조사했고, 방과후학교나 EBS교재비, 어학연수비는 사교육비와 분리해 별도 항목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26조 원)보다 4.5%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5.8% 늘었다. 이 기간 초중고 학생 수가 528만 명에서 521만 명으로 1.3% 감소한 영향이 크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만 따졌을 때 월평균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5.5%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0.2%포인트,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7.3시간으로 0.1시간 각각 증가했다.
킬러문항 배제에도 고교 사교육비 증가폭 최대
사교육비 증가폭이 가장 큰 학교급은 고등학생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한 7조5,000억 원을 썼다. 초등학생은 12조4,000억 원, 중학생은 7조2,000억 원을 지출해 각각 4.3%와 1%가 늘었다. 초등생은 사교육 참여율(86%)과 참여시간(주당 7.5시간)에서 중고교생을 앞섰다.
지난해 대입을 치른 고3 학생은 1인당 월 44만5,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 전년 대비 6.1% 늘었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 이후 정부가 수능 킬러문항 배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지만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내진 못한 형국이다. 과목별 지출액을 전년과 비교하면 국영수 등 일반과목은 3,000원, 예체능 및 취미·교양은 2만 원이 각각 늘었다. 예비수험생인 고2는 1인당 월 50만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해 증가율(8.3%)이 고3보다 컸다. 이들은 일반과목에서만 지난해 대비 월 3만8,000원을 더 썼다.
지출액 영어>수학>국어 순... 증가폭은 국어 최대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학년은 고1로, 한 달에 51만5,000원을 썼다.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진 건 초등 3~5학년생이다. 특히 초등 5학년생 사교육비(월 41만3,000원)는 전년 대비 12.4%가 늘어 초중고 전체 학년 중 증가율이 가장 컸고, 초 3(11%)과 초 4(9.4%)도 이에 버금가는 증가율을 보였다. 사교육비가 줄어든 학년은 초 6(2.6% 감소)이 유일했다.
과목별 사교육비는 영어(12만8,000원) 수학(12만2,000원) 국어(3만8,000원) 사회·과학(1만9,000원) 순으로 컸다. 전년 대비 증가폭은 국어(11.1%)가 가장 컸고, 사회·과학(8.2%) 수학(5.6%) 영어(3.8%)가 뒤를 이었다.
사교육 유형별 지출액이 가장 큰 건 학원이었다. 전체 학생이 일반교과(예체능 제외) 학원비로 쓴 돈은 월평균 24만1,000원이었다. 개인과외는 월 3만7,000원, 그룹과외는 2만2,000원, 인터넷·통신 강의는 1만6,000원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학원(8.9%) 인터넷·통신 강의(7%)는 지출액이 늘었고 과외는 줄었다.
지역·소득별 사교육비 격차는 여전했다. 대도시(서울 및 광역시) 지역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액은 월 50만6,000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1.3배가량 많았다. 17개 광역시도 중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서울(62만8,000원)로, 가장 적은 전남(27만9,000원)의 2배가 넘었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학생 1인당 월 67만1,000원을,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해 3.7배 차이가 났다. 고교생의 경우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은 월 61만6,000원을, 하위 20% 이내는 33만6,000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두 그룹 모두 전년보다 각각 4.3%와 4.2%를 더 썼다.
교육부 "사교육비 증가세 현격히 둔화"
사교육비 증가세는 학생 수 감소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773만 명이었던 초중고생 수는 지난해까지 32.6%가 감소했지만, 당시 20조 원이던 사교육비 총액은 이 기간 35.5% 급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저출산이 고착화하면서 자녀 각각에 대한 (교육 투자) 집중도가 높아지다 보니 1인당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만 "증가율은 현격히 둔화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은 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1년 21%로 폭등했다가 2022년 10.8%, 지난해 4.5%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증가율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을 웃도는 수치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배제 등 '공정수능'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늘봄학교 정책으로 초등생 대상 '돌봄 사교육'을 흡수하고 EBS 교육콘텐츠 무료 제공으로 중고교생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5.4%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감소했는데, 교육부는 EBS '중학 프리미엄' 강좌를 무료로 전환해 31만 명이 혜택을 입은 게 주효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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