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는 늙으면서 진화한다’ 최초 증명

아주대 의대 연구팀, 세포분열 멈춘 ‘노화종양세포’, 암세포 생존·전이 촉진 밝혀

게티이미지뱅크

세포분열을 더 이상 하지 않아 기능이 소실된 것으로 여겨졌던 ‘노화 종양 세포(암세포)’가 실제로는 암세포 생존과 전이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 의대 생화학교실 박태준 교수팀(박순상 연구강사·이영경 연구교수)과 김장희 병리학과 교수팀은 암 진화와 세포 노화 간의 연관성을 최초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ell Report’s 온라인판에 실렸다.

노화 종양 세포는 다양한 원인으로 세포가 분열되지 않는 암세포다. 그동안 세포분열을 하지 않았기에 암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노화 종양 세포가 다른 암세포 생존과 정상 면역 회피와 관련 있다는 보고가 발표되고 있는 등 노화 종양 세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이와 관련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단일 세포 공간 전사체(transcripton) 분석을 통해 암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암세포 특징이 암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을 관찰했다. 또 이러한 진화 과정 중 종양 세포 노화가 관여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암세포 진화 정도에 따라 두 가지 노화 종양 세포 아형(亞形·subtype)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중 하나인 제1형 노화 종양 세포는 노화 관련 분비 물질인 ‘CXCL12(케모카인 단백질)’를 분비해 우리 몸의 정상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또 다른 제2형 노화 종양 세포는 MMP7(기질 분해 효소-7)을 분비해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를 촉진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노화 종양 세포를 제어할 수 있다면 암세포 생존과 성장은 물론, 암 재발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박태준 교수는 “종양 세포도 계속 진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억제하면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세포 노화 억제 기술이 항암 치료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장희 교수는 “원발 암 치료도 중요하지만 암 전이나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며 “이번 연구가 노화 종양 세포 제어를 통한 항암 치료 분야에 혁신적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