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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자국 교황대사 초치… 교황 '백기 협상' 발언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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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자국 교황대사 초치… 교황 '백기 협상' 발언 역풍

입력
2024.03.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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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수장도 "우크라 항복은 평화 아냐" 비판
러는 반색 "푸틴도 협상 선호… 우크라가 거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3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3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최근 자국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른바 '백기 협상' 발언 관련, 교황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도 "우크라이나의 항복은 평화가 아니다"고 맞장구쳤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재 교황대사 비스발다스 쿨보카스를 외무부로 불러들였다며 "백기를 드는 용기를 내어 침략자와 협상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교황의 발언에 실망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교황청 수장이 앞으로 강자의 권익을 정당화하고 국제법 규범을 무시하도록 독려하는 대신, 선이 악에 대해 승리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치도록 하는 신호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된 교황 발언에 공식 항의한 것이다. 앞서 교황은 전날 공개된 스위스 공영 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 발언은 전황이 불리해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협상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돼 비판받았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동맹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스웨덴 가입기념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을 시작했고 오늘이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런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항복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인에게 비극이자 우리 모두에게도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악에 맞서 굴복하지 말고 싸워서 물리쳐야 한다"며 "악이 백기를 들고 항복해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푸틴에게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용기를 가지라고 독려하는 것이 어떤가"라며 "협상할 필요 없이 평화가 당장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교황처럼 협상을 선호한다'며 교황을 거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도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열려 있고 그럴 준비가 됐다고 여러 번 말했다"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우크라이나 정권에 가혹하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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