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수달인지, 또 다른 무리인지 미궁
"낮에 발견될 정도, 이미 자리 잡은 듯"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나타났다. 2020년 말 중랑천과 청계천 합수부에서 수달이 발견된 후 3년여 만이다.
11일 수달 모니터링 전담 모임인 '중랑천 수달 언니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후 5시쯤 청계천 6가에서 유유히 수영을 하는 수달의 모습이 시민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어 21일에는 생태전문가 최종인씨가 평화시장 입구 교각 밑에서 수달 2마리의 배설물 흔적을 발견했다.
최씨는 "1월 말부터 청계천에서 수달 흔적 조사를 실시하던 중 배설물 흔적을 발견했다"며 "2020년 중랑천과 청계천 합수부에서 수달 세 마리가 발견됐지만 더 아래쪽인 청계천에서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청계천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고기들이 몰려 있어 수달이 먹이를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여건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견된 수달이 중랑천에서 살던 수달이 내려온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개체인지 알 수는 없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어떤 개체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천 물길이 다 이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랑천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돼 온 수달들이 청계천까지 범위를 확대해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계천은 사람과 가깝긴 하지만 하천 폭이 좁아 수달에게는 오히려 먹이활동 사냥이 쉬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씨도 "중랑천과 수달이 발견된 청계천 거리는 수달의 행동반경에 들어간다"며 "중랑천에 사는 개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2022년 12월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박사팀에 의뢰해 발간한 '한강 수달 서식현황 조사 및 적정 관리방안'에 따르면 2017년 수달 가족이 포착된 후 현재 한강 유역에 살고 있는 수달은 15마리다. 이 중 아빠, 엄마, 새끼의 세 마리로 구성되는 가족 두 집단이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수달은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하천 가장자리를 따라다니며 이동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반면 위의 청계천 사례를 포함해 불광천, 홍제천 등에서 시민들의 수달 목격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중랑천 수달 언니들을 이끄는 김향희 중랑천 환경센터 사무국장은 "청계천의 경우 낮에 활동하는 모습이 시민에 의해 포착됐다"며 "수달이 서울의 도심하천에서 자리 잡고 굳건히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러나 수달의 은신처와 서식지가 되는 수변 식물이 사라지는 등 사는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생물시민인 수달이 사람과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 조성 등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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