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궁·내무부 청사·경찰 본부 대거 타격
"국제사회, 총리 지지하면 내전 조장" 윽박
치안 붕괴에 현지 외국인들 "사실상 갇혔다"
갱단 난립 사태로 무법지대가 되어버린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갱단이 대통령궁 인근에서 총격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오는 한편, 공항과 항구가 폐쇄되며 현지에 머물던 외국인들은 발이 묶인 신세가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티 갱단이 이날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과 내무부 청사, 경찰 본부 등 정부 건물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EFE통신도 이날 밤 대통령궁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최근 아이티는 갱단 연합체인 ‘G9’가 포르토프랭스 90%를 장악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프랑스 식민 지배 당시 생긴 빚더미에 나라 살림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갱단은 수십년간 독재정권과 공생하며 기반을 유지해 왔다. 특히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G9은 과도정부 수반을 맡은 아리엘 앙리 총리와 대립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5,000명이 살해되고 2,500명이 납치됐으며, 인구 절반인 490만 명은 식량 위기 상태다.
갱단의 총구가 정부 기관 턱끝까지 들이닥치며 앙리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전망이다. 당초 앙리 총리는 국제사회에 보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에 머물다가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전인 지난 3일 갱단이 국립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97%를 탈옥시킨 후 “국제사회가 앙리 (총리)를 지지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다.
ABC는 “대통령궁이 갱단의 통제를 받게 되면 갱단 폭동에 맞써 싸우려는 아이티 정부 노력에 엄청난 상징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국무부를 포함, 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아이티를 떠나도록 권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공항과 항구 등 출국 경로가 전부 폐쇄된 데다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핀셋 개입' 조차 불안한 상황이다. 유엔 등 비영리 단체에서 일해 온 캐나다 출신 리처드 필립스(65)는 AP에 “실제로 (아이티에) 갇혀있는 상태”라며 “만약 실제로 경찰력이 완전히 붕괴해 버리면 우리는 한 달 이상 여기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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