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고서 "이란, 초법적 살인·반인도 범죄 저질러"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간 뒤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인은 '구금 중 폭행'이라는 유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의 죽음이 촉발한 '히잡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실(OHCHR)은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구성한 진상조사단의 첫 번째 보고서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조사단은 "아미니가 구금 상태로 받은 물리적 폭력이 불법적인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란 정부는 이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진실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아미니의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정부는 아미니 죽음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국가 보안 기관을 총동원했다. 보고서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인용, 시위대 551명이 이란 보안군에 의해 사망했고, 이 중 최소 49명이 여성, 68명이 어린이로 추정된다"며 "대부분 총에 맞아 숨졌다"고 설명했다. 시위대의 눈을 겨냥한 공격으로 수많은 여성과 남성, 어린이가 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춤을 추거나 구호를 외치고,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체포됐다. 구금자 중엔 어린이 수백 명도 있었다. 여성과 소녀들을 상대로 한 집단 성폭행, 생식기 전기고문, 강제 노출 등 사례도 발견됐다.
사법 살인도 자행됐다. 보고서는 "2022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최소 남성 9명이 고문 등 부당한 처우 속에 내놓은 자백에 의존한 즉결심판으로 임의로 처형됐다"며 "여전히 수십 명이 사형 위기에 처해 있으며,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국제사회가 절차적인 제한 없이 국제법을 어긴 모든 범죄에 대해 보편적 관할권을 적용해 이 사안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파키스탄의 법학 교수 샤힌 사다르 알리는 "우리는 이란 당국에 모든 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자의적으로 체포·구금한 모든 이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