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공항 수하물서 멸종위기종 87마리 발견
현지매체 "희귀동물, 인도선 부 과시용 인기"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레서판다를 비롯해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을 인도로 밀반출하려는 시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몇 년 새 인도에서 희귀동물 수집이 부를 과시하는 행위로 유행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밀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멸종 위기 동물 동남아 공항서 발견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관세청은 지난 6일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희귀동물 87마리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동물들은 여행용 캐리어와 밀봉된 대나무·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위탁수하물로 이송되던 중 보안검색대에서 적발됐다.
캐리어 안에는 살아 있는 레서판다와 검은목도마뱀, 극락조, 큰부리앵무새, 목화머리타마린 원숭이, ‘난쟁이곰’으로 불리는 술라웨시곰, 쿠스쿠스, 스컹크 등이 들어 있었다. 대부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가방 주인인 인도인 남녀 6명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야생 동물을 태국에서 몰래 가져가 인도 뭄바이에서 판매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불법 야생동물이 거래된다. 영국 가디언은 “그간 주로 중국으로 동물 밀수가 이뤄졌지만, 최근 수년간 인도가 새로운 야생동물 불법 수입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에도 방콕에서 인도 첸나이로 향하던 인도인 두 명이 호저 등 살아 있는 야생동물 109마리를 수하물로 보내려다 적발돼 체포됐고, 지난해 10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로 향하던 아르마딜로 수십 마리가 수거됐다. 작년 11월 방콕발 인도 첸나이행 항공편 수하물에서는 황금손타마린과 마모셋원숭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희귀동물 소유, 인도에선 유행"
잇따르는 밀매는 인도에서 특이한 야생동물 수집이 마치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 거래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 ‘트래픽’의 카니타 크리쉬나사미 동남아시아 책임자는 “몇 해 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남아시아로의 매우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동물 밀매를 목격했다”며 “희귀동물을 소유하는 게 인도에서 일종의 유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매체 더힌두 역시 “개인 수집가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이국적인 동물을 과시하면서 외래 동물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탐욕스러운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코뿔소 뿔, 호랑이 신체 부위, 천갑산 등이 약재용으로 밀매되던 것과 대조적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이 중남미나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보다 인도와 가까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명무실한 인도 야생동물보호법도 밀매를 부추기고 있다. 인도는 1976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채택했다. 멸종 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고 관련 무역을 감시하기 위해 183개국이 비준한 협약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에서 인도로 야생동물을 운반하다 적발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일단 동물이 인도 내에 발을 디디기만 하면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인도의 야생동물법은 외래종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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