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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공연장 부수고 주차 타워 세우려는 단양군... '반문화 행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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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공연장 부수고 주차 타워 세우려는 단양군... '반문화 행정' 논란

입력
2024.03.0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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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읍 도심 주차난 해소 명분
나루공연장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5층 주차타워 건립 추진
일각 "멀쩡한 문화시설 철거 왜?
흉물 타워 '관광 단양' 훼손할 것"
"의견 수렴 절차 부실" 의혹 제기
단양군 "연구용역 거쳐 부지 선정
주민설명회 통해 취지 충분 설명"
"절대 다수 찬성, 극소수가 반대"

단양군이 주차 타워 건립 부지로 정한 나루공연장. 도심에서 가깝고 남한강변에 자리한 이 공연장은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지역축제 행사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단양군 주민 제공

단양군이 주차 타워 건립 부지로 정한 나루공연장. 도심에서 가깝고 남한강변에 자리한 이 공연장은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지역축제 행사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단양군 주민 제공

충북 단양군이 지역의 대표 문화공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대규모 주차 타워를 건립하려 하자 일부 주민이 “밀어붙이기식 졸속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혈세를 들여 멀쩡한 문화공간을 파괴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6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단양군은 단양읍내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154억 원을 들여 도심 구경시장 인근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268대)의 주차 타워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국·도비를 지원받기 위해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 공모 사업에 응모, 지난달 충북도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공모 사업은 충북도 현장·심사위원 평가에 이어 중소벤처기업부 적정성 평가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단양군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 내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2027년까지 주차 타워를 완공할 참이다. 군 관계자는 “단양 도심의 구경시장 주변은 연중 몰리는 관광객들로 주차난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주차 타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차 타워 건립 부지가 단양의 대표 문화공간인 나루공연장으로 정해지면서 반대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객석 400석과 음향·조명 시설을 두루 갖춘 나루공연장은 남한강변에 자리한 야외 공연장이다. 강 풍경을 감상하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콘서트, 가요제, 관현악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벌어진다. 또한 소백산철쭉제, 마늘축제 등 단양의 대표 축제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런 공연장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일부 주민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연장 인근 주민인 김상순(54)씨는 “지역민의 소중한 문화공간이자 관광자원인 나루공연장을 없앤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멀쩡한 문화시설을 막대한 돈을 들여 부수고 그 자리에 또다시 혈세를 퍼부어 주차 타워를 짓겠다는 게 상식적인 행정이냐”며 “흉물스러운 타워 건물이 ‘관광 단양’ 이미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 등 일부 주민들은 도심 상가 주변에 대규모 주차 타워를 건설하면 되레 교통 혼잡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나루공연장 인근에 널린 공영주차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나루공연장 주변에는 고수대교 주차장, 상상의거리 주차장, 수변로 노상주차장, 하상주차장 등 주차 공간이 산재해 있는데, 이들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차 타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 절차가 부실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씨는 “사업동의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우연히 알게 됐다. 어떻게 이런 중대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주민도 모르게 진행할 수 있냐”고 단양군을 성토했다.

김씨 등은 나루공연장을 애용하는 지역민, 문화예술단체 등과 연대해 주차 타워 건립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나루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공영주차장. 평상시에는 텅텅 비어 있다고 한다. 주민 제공

나루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공영주차장. 평상시에는 텅텅 비어 있다고 한다. 주민 제공


나루공연장에서 약 50m 떨어진 하상 주차장이 평일 한산한 모습이다. 단양군에 따르면 이곳 하상주차장은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수위가 상승하면 이용이 불가능해 주차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주민 제공

나루공연장에서 약 50m 떨어진 하상 주차장이 평일 한산한 모습이다. 단양군에 따르면 이곳 하상주차장은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수위가 상승하면 이용이 불가능해 주차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주민 제공


단양군은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업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숙현 군 경제정책팀장은 “나루공연장을 부지로 정한 것은 여러 군유지 후보를 놓고 연구용역을 시행한 결과 나루공연장이 정책적·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해 김 팀장은 “사업 타당성 용역설명회와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업 취지와 내용을 충분히 전했다”며 “ ‘밀어붙이기식 행정’ ‘밀실 행정’이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단양군에 따르면 주차 타워 건립은 구경시장 상인들과 인근 주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지역 현안사업이다. 설문 조사 결과 구경시장 상인 116명 가운데 113명이 이 사업에 동의했다. 또 주차 타워 예정지 주민 등 이해관계자 45명 중에서는 38명(84%)이 찬성했다.

이혜옥 단양 부군수는 “주차 타워는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공익 사업”이라며 “일부 주민의 우려를 고려해 오는 7월 개장하는 올누림행복가족센터 일부를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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