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4일 '지역서점 도서정가제 완화' 발표
서점단체들 "일방 발표... 출혈 경쟁 초래" 주장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지역서점들에 대해 대해 도서정가제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점들이 반발했다. 정부와 업계 사이에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중소 서점들의 출혈 경쟁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출판계 보호를 명분으로 2003년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유통 과정에서 책을 정가의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등에서 도서정가제를 손봐야 할 규제로 언급했지만 출판사, 서점 등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완화 또는 폐지가 적절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문체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스포츠·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혁신 추진회의’를 열고 지역서점에 한해 책을 15% 이상을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서점은 규모 660㎡(약 200평) 미만의 오프라인 서점을 가리킨다.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을 제외한 지역의 중소 서점이나 동네책방이 이에 해당한다. 서점업계는 이번 정책 변화가 전체 서점의 80%에 적용될 것으로 추산한다. 문체부는 올해 6월 전에 정부입법으로 출판·인쇄 진흥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대통령 '3대 규제' 언급에... 갑자기 도서정가제 손보기?
그러나 서점업계는 제대로 조율된 적 없는 졸속안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지난 1, 2월 이번 정책의 당사자인 동네책방네트워크, 한국서점인협의회(한서협),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서련) 등 서점 단체와 각각 면담했다. 3개 단체 대표자들은 문체부의 안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4일 발표 직전에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연호 한서협 부회장은 "업계와 문체부가 협의체를 만들어 도서정가제 수정 방안을 1년 넘게 논의해 지난해 11월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졌다"며 "갑자기 윤 대통령이 도서정가제를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더니(1월 22일 대통령 불참으로 국무조정실장 주재), (우리와) 논의한 것과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정병규 동네책방네트워크 대표는 "(도서정가제의 제도적 순기능과 별개로) 당연히 대다수 국민은 책을 싸게 살 수 있으면 좋아하지 않겠느냐"며 "의사 2,000명 증원을 정부가 발표부터 하고 국민 여론을 앞세워서 몰아붙이는 것처럼, 문체부가 도서정가제에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다" 지적 줄 이어
문체부는 '지역서점 활성화'를 도서정가제 완화 이유로 내세우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판사에서 판매용 책을 공급받는 가격을 뜻하는 공급률(정가 대비 공급가 비율로, 도매가와 비슷한 개념)이 대형 서점은 60~65%이지만, 중소 서점은 이보다 높은 것이 업계 관행이다. 서점 규모에 따른 협상력 차이 때문이다. 영업 마진을 고려하면 중소 서점들이 책을 15% 이상 할인 판매하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이종복 한서련 회장은 "여력이 있는 일부 자영업자에게만 해당하고, 나머지 작은 서점들은 출혈 경쟁을 버티지 못해 폐점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 서점 할인율 유연화는 1월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이미 발표된 사안으로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개정안 입법 예고 전의 의견 수렴 절차로, 업계와 국민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중간 지점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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