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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백수린 조해진의 10년 전 소설, 왜 ‘개정판’으로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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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백수린 조해진의 10년 전 소설, 왜 ‘개정판’으로 읽어야 할까

입력
2024.03.05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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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백수린 조해진 등 개정판 출간

지난달 개정판이 나온 정지아 작가의 소설집 '봄빛'(왼쪽 사진)과 2008년 초판 표지. 창비 제공

지난달 개정판이 나온 정지아 작가의 소설집 '봄빛'(왼쪽 사진)과 2008년 초판 표지. 창비 제공

정지아, 백수린, 조해진 작가의 소설이 잇따라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개정판은 ‘전에 출판한 책의 내용을 개정하거나 보완하여 다시 출판한 책’이라는 뜻(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10여 년 전에 나온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30만 부 판매 특별판까지 나온 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그의 다른 소설들에도 빛을 쬐었다. 지난달 개정판이 나온 정 작가의 단편소설집 ‘봄빛’(2008)은 노년의 풍경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경박단소(輕薄短小)로 요약되는 최근 소설과 궤를 달리하기에 16년 전 작품임에도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봄빛’은 정 작가 스스로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는 씨앗이 던져져 있다”고 밝힌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수록작 ‘세월’에서 평생 믿고 따랐지만 이제 치매 노인이 된 남편을 향해 넋두리하는 화자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어머니다. 아버지가 주인공이었던 소설에서는 상상의 영역으로 남았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정 작가는 '봄빛'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요즘처럼 책이 읽히지 않는 시기에 개정판을 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썼다.

개정판을 낼 때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차별적인 표현을 고치기도 하지만 정 작가는 “고칠까 여러 번 망설이다 그냥 두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등장인물의 (낮은) 인권 의식을 옹호한다는 의미는 결단코 아니다”라면서 “그 시절의 도전과 한계까지를 그 시절의 소설은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수록 순서 바꾸고 새로운 ‘주목’ 계기로

방송인 이금희(왼쪽부터) 진행으로 송중기, 최성은, 김희진 감독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방송인 이금희(왼쪽부터) 진행으로 송중기, 최성은, 김희진 감독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출간 10주년을 기념하는 백 작가의 단편소설집 ‘폴링 인 폴’ 개정판은 소설들의 수록 순서부터 바꿨다. 초판에는 감자라는 단어를 잃어버린 여성의 이야기인 ‘감자의 실종’이 첫머리에 실렸지만, 개정판은 박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인 ‘거짓말 연습’(2011)으로 문을 연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10년 동안 더 명확해진 작가의 소설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순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개정판을 구입하면 백 작가의 미공개 습작이자 그의 진짜 첫 작품인 ‘셀로판 나비’를 담은 한정판 소책자가 부록처럼 딸려온다. 초판에 해설을 쓴 서영채 문학평론가와 백 작가의 인터뷰도 실었다. 백 작가의 과거와 오늘을 한눈에 보는 개정판인 셈이다.

송중기 주연의 영화 ‘로기완’의 원작인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는 영화 공개와 맞물려 지난달 개정판을 내면서 책 표지를 배우 송중기를 연상하게 하는 남성의 그림으로 바꿨다. 창비 제공

송중기 주연의 영화 ‘로기완’의 원작인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는 영화 공개와 맞물려 지난달 개정판을 내면서 책 표지를 배우 송중기를 연상하게 하는 남성의 그림으로 바꿨다. 창비 제공

조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는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진 것에 맞춰 개정판이 나온 경우다. 표지 그림도 주인공 로기완의 배우 송중기를 떠올리게 하는 남성의 얼굴로 바뀌었다.

함경북도 출신으로 생존을 위해 벨기에로 밀입국한 스무 살 청년 로기완과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방송작가를 통해 분단 체제의 비극을 그린 소설이다. 개정판에서 서사의 큰 줄기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명 등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고치고 젠더 감수성에 맞춰 일부 표현을 손봤다. 여직원에서 ‘여’자를 떼거나, 뚱뚱하다고 묘사됐던 인물을 체격이 있다고 서술하는 식이다.

영화화와 시기가 맞물렸으나 출간 10년이 지나 개정판 발간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것이 출판사 창비의 설명이다. 2019년부터 ‘리마스터 소설선’으로 한국 소설의 개정판을 선보이는 창비는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의 초기작을 다시 한번 주목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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