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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밥 한 그릇, 소외된 사람 위로됐으면"… '제물포 밥집'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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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밥 한 그릇, 소외된 사람 위로됐으면"… '제물포 밥집' 신부님

입력
2024.03.02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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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요일 점심 한 끼 무료 제공
주먹밥 나눔서 시작해 '밥집'으로
"정기 후원자, 봉사자 진짜 주인"

사단법인 '함께 걷는 길벗회' 이사장인 한용걸 성공회 신부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 밥집' 앞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사단법인 '함께 걷는 길벗회' 이사장인 한용걸 성공회 신부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 밥집' 앞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수도권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에 위치한 ‘제물포 밥집’. 19.8㎡(6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손님 7명이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사골우거지된장국. 식사를 마친 손님이 “잘 먹었습니다”란 인사를 남기고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손님이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곳은 일반 식당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다.

제물포 밥집 운영자는 사단법인 ‘함께 걷는 길벗회’ 이사장인 한용걸(62) 성공회 신부다. 2020년 9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로당과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아 저소득층 노인과 노숙인이 굶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봉사자들과 함께 주먹밥과 된장국을 만들어 거리로 나선 게 시작이었다. 주안역과 동인천역에서 하루에 300여 명에게 주먹밥을 나눠 줬다. 코로나19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 신부는 아예 밥집을 차려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했다. 밥집이 1호선 제물포역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어 ‘제물포 밥집’이란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이곳은 진짜 ‘밥집’이 됐다. 중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손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여는데 아침 일찍부터 손님들이 줄을 선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150여 명이, 일요일에는 100여 명이 찾는다.

1일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 밥집에서 봉사자가 사골우거지된장국밥을 나르고 있다. 이환직 기자

1일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 밥집에서 봉사자가 사골우거지된장국밥을 나르고 있다. 이환직 기자

한 신부가 3년 넘게 선행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엔 정기적으로 쌀과 반찬, 간식 등을 후원해주는 200여 명의 후원자가 있다. 그는 “처음에 (주먹밥을 만들 때) 쌀 500㎏을 기부받고 쌀이 떨어지면 그만하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석 달간 1,200㎏을 사용하고도 (후원이 계속 들어와) 계속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 아낌없이 시간과 열정을 나누는 봉사자들이다. 제물포 밥집의 봉사자는 40여 명으로 매주 금~일요일에 돌아가면서 나온다. 봉사자 대표 박연화(65)씨는 “밥집 여는 날이면 봉사자들이 새벽부터 나와 준비하곤 한다”며 “처음엔 봉사자가 25명 정도였는데, 나가는 사람은 없고 새로 들어오기만 해서 40여 명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도 봉사자 8명은 손님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밥과 국, 반찬을 퍼 나른 뒤 마스크 선물을 챙기고 그릇까지 치우느라 내내 분주했다. 전날부터 6.6㎡(2평)가 채 안 되는 주방에서 한솥 가득 사골을 끓여 국을 준비하고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봉사자들 몫이었다.

한용걸(왼쪽 네 번째) 신부와 봉사자들. 한 신부는 정기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밥집의 진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한 신부 제공

한용걸(왼쪽 네 번째) 신부와 봉사자들. 한 신부는 정기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밥집의 진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한 신부 제공

한 신부는 “후원자와 봉사자분들이 이 밥집의 진짜 주인”이라며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 곁에 머물러 있는 이분들이 결국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물포 밥집이 가난하거나 자랑할 자식이 없어서 복지관과 경로당에도 가지 못하는 노인, 자식이 있어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부모, 밥조차 해 먹기 어려운 이웃 등 소외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게 한 신부의 소박한 바람이다. 그는 “(소외된 분들이) 혼자서 또는 누군가와 함께 편하게 와서 밥을 먹고 여기에서 아낀 돈으로 커피라도 한 잔 사 드실 수 있다면 족하다”며 “더 많은 지원을 받거나 규모를 안 키우고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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