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2, 3개월 빨리 더위 찾아와
메콩 삼각주 일대 농업용수 부족 신음
동남아시아가 때 이른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더위철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기온이 섭씨 40도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올해 전례 없는 폭염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 최대 곡창지대 메콩강 일대에서는 강이 바싹 말라가면서 쌀 생산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호찌민시 등 남부 도시 기온은 섭씨 38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통상 4월 말~5월 초쯤 나타나는 기온으로, 더위가 두 달이나 일찍 시작된 셈이다. 역대 2월 기온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태국 기상청은 27일 “전국 평균 기온이 35도를 넘어섰고, 수도 방콕 등 일부 지역은 43도까지 올랐다”며 “평균 낮 기온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 3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 기상청도 “덥고 건조한 계절이 시작됐다”며 8개 주(州) 22개 지역에 고온주의보를 발령했다.
때 이른 더위에 지난해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괴물 열파’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4월 태국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는 인도차이나반도를 덮친 이상 고온으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이들 국가 기온은 44, 45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고,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은 50도까지 치솟았다.
200여 년 만의 폭염 여파에 일사병 등으로 쓰러지고 목숨을 잃는 사람이 속출했고,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마저 고사하면서 밥상 물가도 치솟았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더 일찍 폭염이 찾아온 만큼 4, 5월쯤에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폭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레딘꾸엣 베트남 남부기상예보센터 수석 담당관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와 기후 변화가 비정상적인 고온의 원인”이라며 “폭염 장기화로 가뭄과 해수 침입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아시아의 밥그릇’이라 불리는 곡창지대 메콩강 인근 일부 지역은 물 부족으로 농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베트남 VN익스프레스는 “메콩 삼각주에 걸친 까마우성은 수로 80여 곳이 마르면서 농업 생산을 빗물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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