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주 멕시코 스페인 가뭄에 몸살
텍사스 낮 기온 34도 육박… 산불 확산
'낮 기온 40도' 호주도 석 달째 화재 씨름
멕시코·카탈루냐 제한급수… 가뭄 장기화
새해 들어서도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변화와 '엘니뇨(동태평양 해수온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기후 재난이 끊이지 않는 셈이다. 미국 호주 멕시코 스페인이 폭염 탓에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미국 호주에는 대형 산불까지 번졌다.
서울 5배 불태운 산불, 핵무기 시설까지 위협
28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텍사스주(州)는 지난 26일 시작된 산불로 총 3,440㎢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탔다. 서울 면적의 5배 규모다. 최근 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탓에 바싹 말라버린 목초지를 화마(火魔)가 집어삼켰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지만, 한 주민은 “소 600마리 중 상당수가 폐사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전날에는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의 핵무기 해체 시설이 산불 피해를 우려해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 CNN방송은 "다른 주도 산불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일리노이 위스콘신 등 다른 지역도 겨울 낮 기온이 26도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온이 오를 경우 지표면 증발량도 늘어 산불 위험이 급증한다. 텍사스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 진화율이 3%에 불과하며, 2006년 3,630㎢를 불태운 기록을 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는 대규모 산불을 석 달째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산림 1만5,000㎢가 잿더미가 됐지만 불길은 더 맹렬히 불탈 기세다. 전날 소방 당국은 지역 주민 3만 명에게 새로이 대피 명령을 내렸다. 기상 당국은 산불이 보다 건조한 서부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사실상 진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호주 역시 낮 최고기온이 최근 40도까지 치솟았다.
극심 가뭄에 "농장 폐쇄 직전" 아우성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는 지난해 10월부터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도시의 주요 식수원인 '지하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하고 있는 암석)'이 빠르게 마르고 있는 탓이다. 멕시코시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쿠치말라 수계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균 저수율의 절반 수준인 39.8%까지 떨어졌다.
CNN은 “수년간 비정상적으로 낮은 강수량, 길어진 건기, 높은 기온으로 인해 수자원 부담이 증가했다”고 짚었다. 통상적으로 건기는 6월에 끝나는데, 비가 7월까지 내리지 않을 경우 멕시코시티는 식수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은 이미 물 사용량을 최대 80%까지 줄이는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농장을 폐쇄하기 직전”이라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정부로서도 달리 대안이 없다. 지역 농부 하비에르 올리비아는 영국 BBC방송에 “비가 안 오면 아무것도 심을 수 없다. 오늘 우리는 80% 더 적은 작물을 심었고, 내일은 그보다 더 적은 양을 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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