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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향하는 유태오 “진짜 한국인과 달라 외롭지만 그게 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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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향하는 유태오 “진짜 한국인과 달라 외롭지만 그게 내 무기”

입력
2024.02.29 16:59
수정
2024.03.01 08:31
16면
0 0

해외에서 성장 불구 ‘찐 한국 남자’ 연기
3시간 넘게 화상 오디션하고선 캐스팅
“외로움은 배우로선 축복이라 생각”

유태오는 “아내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반면 저는 공중에 붕 떠 있는 성격”이라며 “출연작을 결정할 때 함께 시나리오를 읽고 상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유태오는 “아내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반면 저는 공중에 붕 떠 있는 성격”이라며 “출연작을 결정할 때 함께 시나리오를 읽고 상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러시아 영화 ‘레토’(2018)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더니 이번엔 미국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로 오스카 시상식을 향한다. 배우 유태오(43)는 삶의 궤적만큼 독특한 영화 이력을 선보이고 있다.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패스트 라이브즈' 출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렸을 적 각별한 관계였던 남녀가 24년 뒤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남자 해성(유태오)은 한국에서 자라 전형적인 한국 남자가 되고, 여자 나영(그레타 리)은 캐나다로 이민 후 뉴욕에 정착하며 재외동포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두 사람의 인연을 통해 이민자의 삶을 돌아본다. 재캐나다 동포 셀린 송 감독의 삶이 반영된 영화로 10일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올라 있다.

영화 속 나영은 해성을 ‘찐 한국인(Korean Korean)’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스크린 밖 유태오는 ‘찐’과 거리가 한참 멀다. 그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고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20대 후반 한국에 정착해 배우로 착근 중이다. "감독님이 시나리오에서 평범한 한국 남자로 표현하고선 왜 굳이 저를 선택하셨을까" 의문이 든 이유다.

'패스트 라이브즈'.

'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에 캐스팅된 후 “두렵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저를 눈물나게 했던 인연이라는 철학, 마지막 장면의 여운만 잘 전달한다면 누구라도 영화를 잘 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유태오는 “인연과 운명 등 동양적인 사고를 완전히 이해하고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배우로서 제 일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게 한 영화”라고 돌아봤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 출연 후)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태오는 온라인 오디션을 거쳐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하게 됐다. 해성을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낸 후 화상으로 송 감독을 만났다. ‘한 번만 더 해보라, 이 장면도 연기해보라’식의 요구가 거듭되면서 오디션은 3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식은땀 흘리며" 오디션에 임했던 유태오는 2주 뒤 ‘합격’ 통지를 받았다. "(2021년 ‘버티고’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은 날"이었다.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한국 배우 최초 영국 아카데미상(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은 지난달 18일 열렸고, 트로피는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가 가져갔다. 유태오는 "머피는 20년 전부터 연구해 온 배우"라며 "제게는 선배인 그가 상을 받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시상식 후 저녁 파티에서 머피를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니 머피가 껴안아 준 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을 소개해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유태오는 한국인인지 아닌지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영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디를 가든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제 팔자”라고 본다. 유태오는 “아내(사진가 니키리)는 예술가로서는 축복이라 말해준다”며 “외로움은 배우로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게 해주는 저의 무기”라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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