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공약 둘러싸고 실현 논란
현실화하려면 연간 GDP 2% 수준 필요
세계은행 "재정 안정성 유지해야" 경고
인도네시아가 사실상 차기 대통령으로 여겨지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국방장관의 무상급식 공약을 두고 시끄럽다. 아이들의 영양 섭취를 늘리고 발육 부진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한국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10대 학생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면 재정 건전성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과 자카르타글로브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 업무계획 회의를 열고 무상급식 현실화 방안을 논의했다. 바릴 라하달리아 투자장관은 “새 정부가 무상급식 예산 산정에 활용할 유아, 유치원, 초·중·고교 학생 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아직은 (공약 실현) 예상 단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58% 안팎의 잠정 득표율을 기록한 프라보워 장관의 선거 공약이다. 지금까지는 ‘선언’ 수준에 그쳤으나, 당선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제는 실현 가능성과 범위를 따져보고 구체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정부는 관련 예산 규모를 추산한 뒤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핵심은 ‘국가 재정이 충분한가’에 있다. 2억8,000만여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초·중·고교, 이슬람 기숙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약 5,000만 명에 달한다. 프라보워 장관은 미취학 아동을 포함, 아이들에게 우유를 무상 제공하는 공약도 발표했었는데, 해당 혜택을 받는 어린이 수는 약 8,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전체 인구(약 5,150만 명)보다 훨씬 더 많다.
프라보워 장관 측은 무상급식이 시범 시행되는 내년에 100조 루피아(약 8조5,000억 원), 정책이 자리 잡은 이후엔 연간 450조 루피아(약 38조4,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450조 루피아는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오는 10월 공식 취임 후 새 내각이 꾸려지면 국세청을 재무부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독립시켜 실질적인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이런 조치가 재정 악화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 내부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문건을 인용해 “(학생들에게) 하루 1달러 수준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내년에는 GDP의 0.33%까지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공짜 점심 같은 건 없다”며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막대한 정치적 자본을 지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기구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무상급식으로 인도네시아 중기 재정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사투 카호넨 세계은행 인도네시아·동티모르 대표는 “인도네시아가 법으로 정한 적자 상한선(GDP의 3%)을 준수하고, 거시경제와 재정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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