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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더니]"잊히지 않는 그 눈빛"...디지털로 중무장한 E클래스는 영원하다

입력
2024.03.05 1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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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시승기
78년 된 스테디셀러, 전통과 첨단의 조화로 돌아오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파주=강희경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파주=강희경 기자


8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로 돌아온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를 타봤다. 신규 모델 중 E300 4매틱(MATIC) 익스클루시브를 몰아봤는데 경기 파주시에서 서울 중구 서울역까지 약 65㎞를 달렸다. 시승 후 든 생각은 1946년 출시돼 사람으로 치면 일흔을 넘긴 나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인데 이 차만큼 더 최첨단 사양을 두루 갖춘 젊은 차가 있을까였다.


전통 살린 외형, 미래 담은 내부

더 뉴 E클래스의 리어램프에 삼각별 로고가 그대로 들어갔다. 벤츠코리아 제공

더 뉴 E클래스의 리어램프에 삼각별 로고가 그대로 들어갔다. 벤츠코리아 제공


우선 겉모습은 미래를 다룬 SF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가끔 완전 변경 모델에서 미래 지향적이라며 난해한 디자인으로 기존 충성 고객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E클래스는 고유의 외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애착을 가진 고객을 놓치지 않는 영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였다. 벤츠의 상징인 보닛 위 수직형 삼각별 엠블럼도 그대로였다. 후면 리어램프에 새로 적용된 삼각별 디자인은 전통 속에서 세련미를 찾는 재치가 느껴졌다.


더 뉴 E클래스의 대시보드 아래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넓게 연결된다. 큰 화면에도 전방을 가리는 부분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벤츠코리아 제공

더 뉴 E클래스의 대시보드 아래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넓게 연결된다. 큰 화면에도 전방을 가리는 부분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벤츠코리아 제공


내부는 눈 깜짝할 사이 미래로 쑥 들어온 것 같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세 개의 화면들로 시선이 먼저 쏠렸다. 12.3인치 운전석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②14.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③12.3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형태로 널찍한 화면이 이전 차들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벤츠는 이를 'MBUX 슈퍼스크린'이라고 불렀다. 2025년 벤츠 전용 소프트웨어(SW) 운영체제인 MB.OS가 나올 예정인데,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 이전 단계라는 설명이다. 그 덕분에 이 스크린에서는 스마트폰처럼 유튜브, 멜론, 틱톡, 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즐길 수 있다. 자동차가 또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된 것이다. 다만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익스클루시브 모델의 경우 유료 옵션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운전석에도 앉아보고 조수석에도 탑승했는데 주행 중 조수석에서 음악 찾아 듣고 유튜브 영상 시청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유튜브를 켜면 운전자도 옆 화면이 궁금할 터. 하지만 운전자는 조수석 화면을 볼 수 없었다. 대시보드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시선을 확인해 시선이 돌아가면 자동으로 조수석 화면을 어둡게 바꾸는 기능 때문이었다.

이 차에는 또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기능은 음악에 맞춰 좌석이 진동하고 앰비언트 라이트의 불빛도 변하며 분위기를 맞춰주는 기능이다. 돌비 애트모스8 기술도 쓰였는데 선명하고 깊이 있는 공간 음향을 제공했다. 듣고 싶은 음악을 틀고 있으면 콘서트장에 온 듯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메르세데스-벤츠 자체 내비게이션은 정보가 단순했고 정확한 길 찾기가 어려웠다. 파주=강희경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자체 내비게이션은 정보가 단순했고 정확한 길 찾기가 어려웠다. 파주=강희경 기자


다만 벤츠 자체 내비게이션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내비게이션만 보곤 빠지는 길과 들어오는 길을 제때 찾기 어려웠고, 국내 내비게이션에 비해 도로 정보가 부족했다. 실제 주행하는 동안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랐는데도 불친절한 안내 때문에 착각해 다른 길로 잠시 빠졌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다. 벤츠는 올 하반기부터 벤츠 차량에 최적화한 티맵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 넓어진 공간, 정숙한 주행... 역동성은 다소 부족

트렁크 공간

트렁크 공간


실내 공간은 이전보다 더 넓어졌다.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간의 거리)가 종전 세대보다 20㎜ 더 길어졌고, 뒷좌석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이 이전보다 17㎜, 너비가 25㎜나 커져 S클래스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특히 동승자석에 앉으니 발을 두는 공간을 깊게 파낸 것처럼 깊어 다리를 길게 뻗을 수 있어 편안했다. 트렁크 공간도 꽤 넓어 최대 540리터(L)까지 적재 가능해 골프백 3개는 넉넉히 들어갈 정도였다.


더 뉴 E 클래스 익스클루시브 내부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은은하지만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파주=강희경 기자

더 뉴 E 클래스 익스클루시브 내부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은은하지만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파주=강희경 기자


주행 성능은 안정적이었다. 멈춘 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잠시 정차했는데도 전기차처럼 시동이 걸린지 모를 정도로 조용해 인상적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역시 기본기가 출중했다. 막힘 없이 잘 나갔다. 4기통 가솔린 엔진과 9단 변속기 조합이 부족함이 없이 잘 갖춰졌다. 핸들링도 안정적이었다. 고속에서도 실내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착용한 것처럼 정숙했다. 다만 쭉 치고 나가는 스포티한 느낌은 다소 부족했다. 가속 페달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느낌보단 묵직하게 가속도를 높여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더 뉴 E클래스는 모든 모델이 내연기관 엔진에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로 출시됐다. 덕분에 연비가 크게 좋아졌다.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1.6㎞이고 이날 주행 결과 이와 비슷한 L당 11㎞가 넘는 연비 결과가 나왔다. 다만 파주에서 막힘 없이 달릴 때는 좋았던 연비가 정체를 반복하는 서울 시내로 들어오니 L당 11㎞ 아래로 떨어졌다.

신형 E클래스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모델인 E200 아방가르드가 7,390만 원이고, 시승차인 E300 4매틱(MATIC) 익스클루시브는 8,990만 원(동승자석 디스플레이 불포함), E300 4매틱(MATIC) AMG 라인은 9,390만 원에 판매된다.




파주=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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