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에 소음·분진, "주거 환경 악화"
중고차 매입 사기·강요… 피해 신고도 급증
새 수출단지 조성 2년 뒤에나, 반대 의견도
지난 26일 오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에 자리한 중고차 수출단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문이 붙은 정문 너머 단지 안에는 앞 유리에 이미 팔렸다는 뜻의 'Sold Out'이라 적힌 차량들이 빼곡했다. 중고차들은 단지 앞 꽃게거리에도 널려 있었다. 앞 유리에 흰색 마커펜으로 소유주 표시를 해놓은 차들이 도로나 무료주차장에 흔하게 보였다. 인근 모텔촌 이면도로에도 수출용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곳곳에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서 차량 보닛을 열어 확인하거나 차량 외관 사진을 찍고 가격을 흥정하는 거래 모습도 목격됐다. 꽃게거리 식당에서 만난 50대 손님은 "이 거리가 중고차에 점령당한 지 오래"라고 한숨을 쉬었다.
28일 연수구 등에 따르면 중고차 수출단지는 송도유원지가 2011년 문을 닫은 뒤 관광단지 등 개발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비게 된 땅에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속속 들어오며 조성됐다. 이곳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 이상(지난해 기준 50만2,000여 대)을 처리하는 인천항(내항·남항·신항)과 차로 15~25분 거리에 있다.
수출단지는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중고차들이 단지 밖까지 침범해 불법 주·정차와 소음·분진 문제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중고차 매입 사기 피해도 쏟아지고 있다. 단지에 입주한 업체는 670여 곳에 이르지만 기초자치단체에 자동차매매업으로 정식 등록된 업체는 단 1곳뿐이다. 나머지는 사업자등록증만 발급받으면 영업이 가능한 일반 무역업이다. 업체 관계자 대부분은 리비아, 이집트, 요르단, 키르기스스탄 등의 외국인이다. 이 같은 자동차매매업 무등록 업체와 거래하면 사기 피해에 노출되기 쉽다. 수출업자가 차주에게 계약금만 주고 차량을 가져온 뒤 차에 문제가 있다며 잔금을 안 주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잔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차량을 말소하지 않고 계속 타고 다니겠다고 협박하거나 계약 파기 요구 시 견인비, 보관료 등을 뜯어간다. 지난해 1주일에 1건 정도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나 올해는 하루 1, 2건씩 들어오고 있다는 게 연수구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최근 업자들 사이에서 범행 수법이 유행처럼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은 데다 경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롭기 때문에 실제 고소·고발로 이어지지 않아 근절이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차주 A씨는 최근 계약금 130만 원만 받고 잔금 100만 원을 못 받아 계약을 파기하는 과정에서 수출업자에게 "50만 원을 안 주면 차도 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A씨는 "억울하지만 차량을 돌려받기 위해 돈을 줄 생각"이라고 했다.
주민 원성이 높아지면서 중고차 수출단지는 인천 내항 일대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인천항만공사는 4,370억 원을 들여 중고차 2만 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외 전시장, 수출업체 입주시설, 정비소 등을 갖춘 '스마트 오토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새 수출단지 운영사업자를 선정하고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6년 하반기 전체 39만8,155㎡ 중 20만4,145㎡를 부분 개장하는 게 목표인데, 난관이 적지 않다. 당장 인천 중구 연안동 주민자치위원회 등 내항 주변 주민들이 29일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임대료 책정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송도 수출단지 임대료는 3.3㎡당 2만 원 수준으로 저렴했는데 새 수출단지 임대료가 많이 높으면 업체들이 이전을 거부하고 버틸 가능성이 있다. 항만공사 측은 "스마트 오토밸리를 주민들도 함께할 수 있는 랜드마크(상징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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