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않으면 시신에 뭔가 하겠다고 협박"
사망진단서에는 사인 '자연사'로 기재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69)가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비밀 매장'에 동의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이 나발니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자연사'로 기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이날 나발니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올린 1분 35초 분량의 영상에서 "시베리아 북단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살레하르트 마을에서 아들의 시신을 봤다"고 말했다.
나발나야는 "그들(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수사관들)이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으로 그들은 즉시 알렉세이의 시신을 나에게 넘겼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대신 그들은 나를 협박하고 알렉세이를 어디에, 언제,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 조건을 걸었다"고 비판했다.
나발나야는 러시아 당국이 비밀리에 시신을 매장하는 데 동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나발나야는 "그들은 이 일(매장)이 작별인사 없이 비밀리에 이뤄지길 바랐다. 그들은 내 눈을 바라보며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들의 시신에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했다"며 "한 수사관은 '시간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시체가 부패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수사관들은 사망 원인을 알고 있으며 모든 의료·법률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며 그들이 사망 진단서를 보여줬다고도 밝혔다. 키라 야르미시 나발니 대변인은 사망 진단서에 사인이 '자연사'로 기재됐다고 밝혔다.
앞서 모친 나발나야는 나발니가 사망한 지 하루 뒤인 지난 17일 그가 수감됐던 교도소를 찾아 시신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나발나야는 러시아 당국이 시신을 감추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호소했고, 러시아 당국에 "시신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의 비리를 폭로해오며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렸다. 그러나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 16일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하며 그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나발니의 측근은 러시아 당국이 그의 시신을 은폐하고 사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