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서는 TV·영화 톱스타들
연극 '벚꽃동산' 전도연·박해수·남윤호 등 캐스팅
성전환 실패한 로커로 돌아온 조정석·유연석
전도연이 27년 만에 '벚꽃동산'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두 번째 연극이다. '오징어 게임'의 스타이자 지난해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로 열연한 박해수가 호흡을 맞춘다. TV·영화 스타들의 연극·뮤지컬 출연은 요즘 트렌드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최근 2개월간 공연된 '고도를 기다리며'의 신구·박근형을 비롯해 최수영('와이프'), 정일우('거미여인의 키스'), 엄기준·성훈('아트') 등이 올해 연극에 출연했거나 출연 중이다. 조정석과 유연석은 다음 달 개막하는 뮤지컬 '헤드윅'에 캐스팅됐다.
카메라 아닌 사람 피드백 그리워
LG아트센터 제작 연극 '벚꽃동산'(6월 4일~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은 세계 공연계가 주목하는 사이먼 스톤이 연출을 맡은 기대작이다. 고전의 재해석이 장기인 스톤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한국을 배경으로 각색했다. 주인공 류바와 로파힌(공연에서는 한국 이름으로 바뀔 예정)을 맡은 전도연과 박해수 외에 최희서, 남윤호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스타들이 무대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공연에서 얻는 예술적 성취에 대한 갈증 때문. 한 공연계 관계자는 "전도연은 이전에도 연극에 관심을 보였다가 출연까지는 성사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무대 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와 다르다. 관객의 반응에서 실시간으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관객과 형성하는 친밀감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브로드웨이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이다. 지난해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연극에 데뷔한 김유정은 "순간적으로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험을 처음 해 봤다"고 밝혔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영상 연기와는 다른 즉각적 피드백을 경험해 본 배우들이 결국 다시 무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도 마이크 쓰니까
연극 형태가 다양해지고 전통적 연극 관습이 깨지는 등 콘텐츠 제작 환경이 바뀐 것도 늘어나는 스타 캐스팅의 배경이다. 성수정 희곡 전문 번역가는 "'벚꽃동산'의 스톤은 고전을 과감하게 각색하고 배우에게 마이크를 쓰게 하는 경우가 많아 영화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의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50석 소극장에서 공연된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한 손석구는 마이크를 써서 TV 드라마에서처럼 나지막하게 읊조리듯 연기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영상물 제작이 늘어 배우들의 재정 여건이 좋아지면서 무대 연기를 놓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무대로만 보여줄 수 있는 연기
무대는 배우의 색다른 면모를 과시할 기회도 된다. 조정석을 6년 만에, 유연석을 2년 만에 무대로 불러낸 '헤드윅'은 실패한 성전환 수술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채 살아가는 로커 '헤드윅'의 이야기다. 특히 원로 배우들에게 연극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다. 사뮈엘 베케트 원작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한국 최고령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를 맡아 흥행을 이끈 신구·박근형이 대표적 사례다.
스타 캐스팅의 그늘도 없진 않다. 스타의 주목도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힘을 잃거나 비슷한 실력의 인지도 낮은 배우들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 한 공연계 관계자는 "뮤지컬은 작품보다 배우 팬덤이 흥행을 절대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에 뮤지컬계 신인보다 다른 분야 스타 발굴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 배우들의 유입으로 인한 티켓값 상승 문제도 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TV 스타와 출연 계약을 논의하던 중 총개런티를 알려주자 '한 회차 가격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는 일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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