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잘해야 한다' 스스로 채찍질
오히려 독으로 작용, 이제 강박 비워내
좋았을 때 모습 되찾기 위해 체중 감량
SSG 잠수함 투수 박종훈(33)이 한결 홀가분한 상태로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자신에게 계속 '잘해야 한다' '발전해야 한다'고 채찍질했던 강박관념을 내려놓겠다는 자세다.
박종훈은 "2년 간 완벽하려고 했던 생각이 강하다 보니까 오히려 독이 됐다"며 "나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인데, 너무 발전하려고 했다. 지금은 나이를 인정하니 편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시즌 연속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대표 언더핸드 투수였다. 이 기간 쌓은 승수는 47승이다. 야구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21년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좀처럼 예전 위력을 찾지 못했다. 2022년 11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6.00, 2023년 18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6.19에 그쳤다.
박종훈은 "지난해 마운드에 올라가면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자가 칠 수 있게 던져야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신경 안 쓰려고 한다. 어차피 볼을 많이 던졌던 투수라고 인정할 건 인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은 지나갔다. 2024년에 할 것을 해야 한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은데 굳이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눈에 띄는 변화는 체중 감량이다. 지난해 몸을 키워 체중이 100㎏를 오갔는데 현재는 83㎏ 정도다. 한창 좋았을 당시 모습을 되찾기 위한 선택이다. 플로리다 캠프가 끝나기 전까지 85㎏를 맞추고 시즌 시작할 땐 87㎏로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종훈은 "몸 상태나 유연성, 각도가 좋았을 때 체크했던 걸 찾아서 맞춰 하고 있다"며 "배영수 투수코치님도 내가 좋았을 당시 모습을 많이 찾아오셔서 그 부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무기 커브도 다시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박종훈의 커브는 낮은 곳에서 날아오다 갑자기 타자 시야로 치솟아 위력적이다. 박종훈은 "몸이 커지면서 커브 던지는 게 부담이 됐다. 반대로 지금은 너무 편하다"며 "원래 커브 비중이 60% 이상이었는데 작년에 그 정도까지 못 던졌다. 일부러 현재 피칭할 때도 많이 던지고 있다. 100개를 던지면 50개는 커브를 던지고 나머지 구종을 던진다"고 했다.
SSG의 2024시즌 선발투수 세 명은 김광현과 로에니스 엘리아스, 로버트 더거로 정해진 상태다. 남은 두 자리를 두고 박종훈, 오원석, 신헌민, 송영진 등이 경쟁한다. 박종훈은 "지금까지 준비 과정이 순조롭다. 워낙 이숭용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코치님들이 편하게 해준다. 그래서 피칭을 할 때 좋아지려고 하는 것보다 여유를 찾으려고 던지고 있다"며 "작년엔 계속 체크를 하고 싶어 한 경기만 더 던지고 시즌을 시작했으면 했는데, 지금은 빨리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좋았을 때도 많은 생각을 안하고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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