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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서 내는 사표도 처벌대상? '전공의 집단 사직' 법적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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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서 내는 사표도 처벌대상? '전공의 집단 사직' 법적 쟁점들

입력
2024.02.16 16:34
수정
2024.02.16 17: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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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의대정원 이유로 낸 사표 인정 못 받아
②사표=구체적 진료 거부로 볼지 논란
③정부의 병원 압박이 정당한가도 문제
④메시지로 복귀명령 가능한지 불투명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 중인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을 저지하기 위해 집단 사표 카드를 빼들자, 정부가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며 초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파업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싫어 계약 연장을 안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그런 이유로 쓰는 사표 또한 현행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고 일축한다.

정말 정부의 말처럼 전공의들이 '개인적 사유'를 들어 그만두는 것까지 진료 거부로 보아 처벌할 수 있을까. 관련 업무에 정통한 변호사들의 조언과 과거 사례를 통해 전공의 집단 사표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사표 인정 기준은 '정당한 사유'

정부가 세게 나오는 근거는 의료법 제59조다. 이 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으로 휴·폐업하면 의사나 병원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업자의 영업 자율권과 노동자의 업무 선택 자유를 상당 부분 무력화할 수 있는 조치다.

여기에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대목이 바로 '정당한 사유'가 있느냐인데, 의대 정원에 반발해 사표를 쓴다고 공표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를 따르지 않거나 새로운 치료가 어려운 경우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할 만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경우 정도만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본다. 결국 전공의들은 건강 문제나 일신상 이유 등의 개인적 사유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회적 사직까지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의료법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는 분위기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는 "집단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직서의 진의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니라 법을 피해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료를 거절하거나 응급치료가 제대로 안 되면 면허 정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련 계약을 미루는 것 역시 "실질적으로 수련과정을 이탈하는 게 아니라, 단순 퍼포먼스 차원이라면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개인이 안 한다는 걸 국가가 통제?

그러나 정부가 일을 그만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없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이동찬 변호사는 "사표를 내는 건 직업인으로서 가지는 자유의사"라며 "사직서가 업무개시명령 거부에 해당하는지를, 정부가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표를 내는 것이 곧바로 '진료 거부의 구체적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용환 변호사는 "지금은 환자가 (구체적으로) 진료를 요청했을 때, 이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유권해석밖에 없어서 판단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별 병원에 "집단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라"고 내린 명령의 정당성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성주 변호사는 "법을 통해 근로계약을 강제하는 방법은 아무리 필수의료라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를 요구하는 것이 병원의 인사업무를 방해하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절차상 문제도 있다. 행정명령서를 반송하거나 이메일 등을 수신하지 않으면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행정명령 발동에서 중요한 쟁점이 대상자에게 적법 절차로 '도달'했느냐인데, 일부 전공의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읽지 않거나 반송처리하는 탓이다. 정부는 명령서를 보내면 송달로 간주한다고 했지만, 법원은 송달의 절차적 요건을 꽤나 중요하게 본다. 형사재판에서 폐문부재 때문에 피고인이 기일을 통보받지 못한 경우, 피고인을 찾아보려는 노력 없이 바로 공시송달(게시판·관보 등에 게재)만으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칼자루는 정부가 쥐어

다만 변수는 당장의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는 점. 나중에 행정소송이나 형사재판을 거쳐 전공의들이 사법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혹시나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받게 된다면, 면허 관련 구제 여부 역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의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국가가 면허를 발급해야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돼 다시 받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40시간 이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면허재교부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서현정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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