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물가 2.6%→2.5%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의 기존 전망(2.2%)을 유지했다. 고금리 기조에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로 내수는 앞으로도 둔화하겠지만,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커 경기 회복세를 끌어올릴 것이란 예측이다.
KDI는 14일 '경제 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내다본 2.2%에서 변동이 없으나, 물가 상승률은 앞서 전망한 2.6%에서 2.5%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내수가 계속 부진해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하락할 것이란 진단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축은 고금리와 반도체 경기 상승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금리는 내수 부진, 반도체 경기 상승은 수출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인하 가능성이 높으나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올해 민간소비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비록 올해도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부진 추세는 이어지나, 수출 여건 개선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전망보다 민간소비 증감률은 0.1%포인트 낮아진 1.7%, 건설투자는 0.4%포인트 낮춘 마이너스(-)1.4%로 예상했다. 수출은 0.9%포인트로 크게 높여 4.7%로, 경상수지 흑자 폭은 136억 달러 늘린 562억 달러로 조정했다.
미국·중국의 경착륙 위험이 축소돼 부정적인 대외 요인은 다소 완화했다는 평가다.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와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따른 완만한 경기 둔화는 수출에 긍정적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2.9%)보다 높은 3.1%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미국의 양호한 경기로 금리인하가 서서히 진행되면 국내 시장금리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이 급락해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이 될 불안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내적으로는 부실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건설 관련 부문에서 신용경색이 발생, 실물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투자 감소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KDI가 밝힌 성장률은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수치와 동일하다. 한국은행·금융연구원은 2.1%, 산업연구원·국회예산정책처는 2.0%를 예상했다. 지난달 IMF는 2.2%에서 2.3%로 상향한 반면,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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