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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벗어 던지고 랩한 이효리 파격의 졸업식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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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벗어 던지고 랩한 이효리 파격의 졸업식 축사

입력
2024.02.14 11:52
수정
2024.02.14 18:32
23면
0 0

14일 국민대 학위수여식 축사...격식 대신 파격
연예활동 20여년 "바보 같아" 자책하고 흔들렸지만
"남보다 여러분 목소리에 귀 귀울이세요"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히트곡 '치티치티뱅뱅'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히트곡 '치티치티뱅뱅'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그 누구도 내게 간섭 마~"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가수 이효리(45)는 이 같은 가사의 히트곡 '치티치티뱅뱅'을 부르며 입고 있던 졸업식 가운을 벗어 던졌다. 그는 연단을 누비며 손을 흔들고 가열차게 랩을 퍼부었다. "그만 떠들고 신나게 노래나 한 곡 하고 가겠다"며 꾸린 깜짝 공연이었다.

졸업생들은 "이효리! 이효리!"를 외치며 화답했다. 엄숙할 줄 알았던 졸업식은 순식간에 축제 현장으로 변했다. 대학 유튜브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졸업식 영상엔 '미국 대학 졸업식 같다' '이효리가 노래로 연설문을 낭독하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식 가운을 벗어던지고 노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식 가운을 벗어던지고 노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 98학번인 이효리는 이날 모교 졸업식 축사자로 나섰다. 그는 격식보다 파격을 택했다.

이효리는 "26년 전 '꼭 연기자라기보단 유명한 사람이 돼야지'란 꿈을 안고 입학했다. 그때만 해도 특출나게 연기, 노래를 잘하지도 예쁘지도 않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운 좋게 연예계에 데뷔해 대학 졸업에 8년이나 걸려 (축사로) 떠들 자격이 있나 싶지만 여러분보다 더 오래 산 것을 자랑 삼아 떠들어 보겠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효리가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였다. 남의 주장이나 말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앞날을 찾아가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효리는 "여러분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고 그래서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들어야 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소리"라고 했다. "남이 멋진 말로 이끌어주고 깨달음을 주길 바라는, 그렇게 해서 내 삶이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라"며 "그런 마음을 먹고사는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더불어 "'나는 바보 같아' 이런 건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니다. 저 또한 그 소리 듣고 좌절하고 여러 번 흔들렸지만 '진짜 내가 최선을 다했어. 잘하고 있어.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란 마음의 소리에 계속 귀 기울여라"고도 했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노래하고 있다. 뉴시스

가수 이효리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노래하고 있다. 뉴시스

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효리는 2003년 솔로 활동에 나선 뒤 '텐미닛' '유 고 걸' 등 히트곡을 줄줄이 냈다. 댄스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방송인으로 20여 년 동안 인기를 누린 그는 남보다 일찍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느낀 깨달음을 후배들에게 들려줬다.

이효리는 "일장 연설을 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났지만 그런 분들은 제게 큰 임팩트가 없었다"며 "자기주장 뒤로 하고 제 얘기 귀담아 들어주는 분, 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분들이 더 큰 울림이 있었다"며 누군가의 말에 쉬 휘둘리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말에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서 많이 부딪히고 다치고 체득하세요. 그래서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 보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늘 바라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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