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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유는 중요하고 네 자유는 관심 없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유

입력
2024.02.16 14: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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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상처받은 자유'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열린 백신패스 반대 기자회견에서 한 초등학생이 ‘백신패스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열린 백신패스 반대 기자회견에서 한 초등학생이 ‘백신패스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자유'는 공공보건 정책과 마찰을 빚었다. 마스크 의무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조치마다 "무소불위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창작물의 자유 논쟁은 역사가 더 길다.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언어습관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지 말라"는 저항과 맞닥뜨린다.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 자유 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미명하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독일의 사회학자 카롤린 암링거와 올리버 나흐트바이는 '상처받은 자유'에서 자유에 대한 몰이해를 '자유지상주의적 자유 이해'라 규정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사회적 관행을 부당하고 외부적인 제약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 같은 태도가 권위주의와 결합하면서 '자유지상주의적 권위주의'가 탄생했다고 분석한다. 자유지상주의적 권위주의자들은 강력한 공권력에 의존했던 20세기 권위주의자들과 달리 '자기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나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너의 자유는 관심 없다"는 식의, 배려와 사회적 연대가 소거된 '개인화된 자유'가 탄생한다. 공동체는 아랑곳 않고 자기결정권만 내세우는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는 공유된 사회 상태가 아니라 개인의 소유물이다. 자유지상주의적 권위주의는 후기 근대사회에 반기를 들지만, 그 핵심 가치인 자결과 주권의 이름으로 반항한다."

책은 동시대의 자유 개념을 사회학적으로 성찰한 탁월한 시대 비평이다. 이 비평은 온갖 곳에서 자유를 남발하나 실제로는 '자유지상주의적 권위주의'와 다를 바 없는 한국 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손색없다.

카롤린 암링거, 올리버 나흐트바이 지음·이신철 옮김·에코리브르 발행·496쪽·3만5,000원

카롤린 암링거, 올리버 나흐트바이 지음·이신철 옮김·에코리브르 발행·496쪽·3만5,000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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