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고향서 93세 일기로 세상 떠나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건강 악화
드리스 판 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70년을 함께 한 동갑내기 부인과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판 아흐트 전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가 지난 5일 동반 안락사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판 아흐트 총리가 생전 설립한 '권리포럼' 연구소에 따르면 부부는 93세를 일기로 고향인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세상을 떠났다. 판 아흐트 총리는 70년 넘게 함께 산 아내를 항상 '내 여인'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헤라르 존크먼 권리포럼 연구소장은 네덜란드 공영 방송 NOS에 "부부가 매우 아팠으며 서로가 없이는 떠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판 아흐트 전 총리는 197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해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1977~1982년 총리를 지낸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다. 다만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치료 가능성이 없으며, 오랫동안 죽음에 대한 의사를 밝혀왔는지 등 6가지 엄격한 조건에 대한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2022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총 8,720명으로 집계됐다.
동반 안락사는 네덜란드에서도 드물지만 최근 조금씩 늘고 있다. 처음 동반 안락사 사례가 보고된 2020년에는 26명(13쌍)이 생을 마감했으며 2021년 32명(16쌍), 2022년 58명(29쌍)이 동반 안락사를 택했다. 매년 1,000여 명의 안락사를 돕는 네덜란드 안락사 전문기관의 엘케 스와트는 "동반 안락사는 아직은 드문 일"이라며 "두 사람이 모두 안락사를 원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